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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주식투자와 미인 콘테스트
입력2000-01-25 00:00:00
수정
2000.01.25 00:00:00
『주식투자는 미인 콘테스트(BEAUTY CONTEST) 같다』고 말한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있었다. 가령 미스코리아를 뽑을 때 아무리 자기가 누구를 좋다고 해도 남들이 좋다고 하지 않으면 미스코리아로 선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미인의 조건을 조목 조목 따져서 제일 좋다는 사람이라 해도 다들 아니라고 하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뽑고 나서 미스코리아가 될 만한 이런 저런 좋은 점이 표출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때 뿐, 다음번 미스코리아를 뽑을 때 어떤 기준이나 참고가 되지 않는다.
자기 눈에 좋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배우자를 고를 때 일이다. 미스코리아를 선발할 때는 자기 기준이 아니라 남들이,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누구를 선호하느냐는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자기가 싫어하는 타입일지라도 다들 좋다고 하면 미스코리아가 될 수 있다. 좋다면 좋은 것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모든 자료를 분석해서 제일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유명한 경제학자·경영학 교수·공인회계사가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더구나 특별한 정보도 없고 기업내용을 일일이 뜯어볼 능력도 없는 개미군단의 보통사람들은 남의 눈치나 살피고 소문에 따라서 남들 하는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아예 남에게 맡겨 간접투자하거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휴전선 부근에서 남북한 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전투로 일진일퇴(一進一退)한 일이 있다. 그때처럼 요즘 주가가 일진일퇴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린다고 말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미인 콘테스트의 유력한 심사위원 자리에 외국의 큰손들이 자리잡고 있다면 그들이 누구를 어떻게 찍느냐는 것을 먼저 알아봐야할 형편이다.
증권회사에 열심히 드나들며 주식투자로 꽤 재미를 봤다는 친구가 느닷없이 주식에서 손을 끊었다는 말을 전해왔다.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빙그레 웃기만 했다. 재차 다그치니까 할 수 없다는 듯 다음과 같이 털어 놓았다.
『어느날 갑자기 나 자신이 딱해 보였네. 전화 한통 걸어보고는 빙긋 웃기도 하고 어느 때는 시무룩해지기도 하고 주식시세가 널뛸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신나게 떠들다가 어깨가 축 늘어지기도 하니 꼭 남의 장단에 놀아나는 것 같았네. 옆에서 지켜보면 제정신이냐고 하지 않겠나. 근래엔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들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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