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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 지각변동](下) 전문-차별화해야 경쟁력 회복
입력2001-05-14 00:00:00
수정
2001.05.14 00:00:00
과감한 규제완화·인프라구축 선결되야'천수답식 시장과 경영'
우리 증권산업의 실상을 한마디로 축약한 말이다. 시장도 하늘에 의존하지만, 증권회사들도 자생력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일희일비한다.
그런데도 증권회사는 줄기는커녕 자율화바람을 타고 늘어났다. 증권업협회에 회원사로 등록된 국내회사만 무려 38개다. 해외시장개척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현실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1인당 생산성을 따지기보다는 어떻게하면 약정을 많이 해 수수료를 따먹는가에 혈안이 돼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증권사는 이핑계 저핑계로 자기밥그릇을 챙기는데만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는 온갖 투기가 만연하고, 불공정거래도 끊이지 않는다.
큰 이익을 위해 합쳐야 하는데, 작은 이익에만 급급하다보니 증권사가 되레 불공정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가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운을 뗀 것도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타율보다는 자율을 강조하는 쪽으로 산업을 개편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현실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결국 구두선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천수답식 증권시장
지난해 대형증권사들은 삼성, 굿모닝 등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유는 "1년 벌어 3년 산다"는 '천수답'식 경영의 한계와 엄격해진 회계규정에 꿰맞추기 위해 과거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부터 불기 시작한 사이버거래열풍도 부실의 원인이다. 거래대금은 늘었지만 돌아오는 수입은 더 줄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식으로 너도나도 온라인투자를 확대하다보니 아무리 장사를 해도 밑지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단비도 기다리기 어렵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증권사들의 경쟁력은 한계가 부닥치고 있다. 굿모닝, KGI, 리젠트, 일은증권 등이 외국계로 변신했고 도이치증권도 국내 현지 법인을 설치해 영업에 들어갔다.
변화의 물결은 거세게 몰려오는데 아직도 수수료따먹기식 경영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색깔없는 증권사들
증권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별화해야 한다.
몸집에 맞는 옷을 입혀야 한다. 지금은 크든 작든 거의 같은 사이즈를 입고 있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등 금융선진국의 증권사들도 각자의 경쟁력에 따라 각각의 역할을 분담해 전문화하고 있다"며 "중복투자와 외국증권사의 시장잠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증권사들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사는 중개ㆍ인수ㆍ자기매매 등 기존업무 뿐만 아니라 M&A(기업인수합병), 기업구조조정 등을 수행하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발전시키고 중소형 증권사는 비교우위가 있는 지역, 고객, 특정상품에 특화하며 중소형사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문증권사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형사를 외국에 과감하게 매각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증권사는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 모두를 위해서는 작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인프라구축이 선결과제
선진 증권회사는 그야말로 기업정보의 보고다.
모든 기업의 정보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라는 것도 개별기업의 주가를 분석하는 수준이다.
유아단계를 벗지 못하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이 오늘에 이른 것은 바로 전세계 5,200만개 기업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던&브래드스트리트가 버티고 있다.
증권사의 기업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증권금융 등의 대출한도를 늘리고 업무영역 확대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증권사의 인수대상인 유가증권의 개념도 확대해 다양한 장외파생상품이나 신용파생상품을 만들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제도도 당국이 풀어야할 숙제다.
백화점식이 아닌 인수, M&A, 파생상품 등 특정 분야에 경쟁력을 가진 전문가 양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같이 살자'는 공생의식을 갖지 않는 한 증권산업의 경쟁력확보는 요원할 뿐이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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