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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투자처 못찾고 "떠돌이 신세"

'뭉칫돈' 투자처 못찾고 "떠돌이 신세" 경기침체등 불안감 여전 확실한 방향성 없어 시중자금의 흐름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방향은 잡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기업도산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가 연일 사상최저치를 경신하면서 한때 연 4%대까지 진입하자 자산운용에 비상이 걸린 금융기관들은 운용수단을 찾기 어려운 뭉칫돈 받기를 오히려 꺼려하고 있다.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정기예금 금리가 6%대 초반으로 내려앉으면서 5%대까지 위협하고 있는데다 증시나 부동산ㆍ회사채 시장 역시 아직까지 불안한 상태여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돌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자금흐름이 한쪽(은행)으로만 너무 몰리면서 유발됐던 고질적인 동맥경화(국고채 투자로 인한 시장왜곡)를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분산되는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는 등의 '선순환'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끝없이 추락하는 은행 예금금리 실세금리의 급락으로 심각한 자금운용난에 처한 은행들은 적정한 예대마진의 확보를 위해 연일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다. 올들어서만 3~4차례 금리를 내렸던 시중은행들은 이달들어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하자 또다시 대거 예금금리를 인하할 채비를 하고 있다. 조흥ㆍ국민ㆍ주택은행 등이 이번주 들어 정기예금(1년만기) 금리를 6% 초반까지 낮춘데 이어 한빛은행도 오는 12일부터 저축예금ㆍ정기예금ㆍMMDA 등 거의 모든 예금상품의 금리를 적게는 0.5%포인트에서 최고 1.5%포인트까지 인하한다. 이 정도의 금리수준이면 1억원을 정기예금에 예치해도 세 후로 50만원 이상의 이자를 받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예금부분보장제 시행 등을 앞두고 안전성을 찾아 은행으로 몰려들던 자금이 올들어 급격히 이탈하고 있다. 지난 1월 중 은행 총수신은 1조3,000억원이나 빠져나갔고 요구불 예금 및 저축성 예금도 증가세가 급속히 둔화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신탁ㆍ투신ㆍ종금사 자금유입 '밀물' 한동안 자금이탈로 고심했던 투신사들은 최근 몰려드는 돈 때문에 오히려 골치를 앓고 있다. 초단기 상품인 MMF에는 올들어서만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고 올들어서 계속 감소세를 보였던 혼합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도 최근들어 일주일새 각각 1조7,000억원, 421억원의 증가세로 반전됐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국고채 등 실제금리의 과도한 하락으로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일부 신설사들을 중심으로 신규자금 유입을 아예 거절하고 있다. 은행 금전신탁도 지난달에만 4조원 가까이 자금이 빠졌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최근 일주일새 8,400억원이나 자금이 몰렸다. 또 종금사 총수신도 증사추세를 이었으며 지난해 잇단 금융사고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했던 신용금고도 올들어서만 1조원 이상 예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은행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자금들이 수익성을 찾아 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아직 불안한데도 불구하고 고객예탁금이 올들어 2조8,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갈 곳 없는 뭉칫돈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건물주나 주택 임대주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전세품귀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임대수입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VIP실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부 거액재산가들이 금융상품에서 예금을 빼내 임대사업용 빌딩이나 상가건물ㆍ고급빌라 등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일부 재산가들은 주식시장이나 사채시장에도 눈독을 들이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시중 뭉칫돈들이 당초 생각했던 최소 이자도 챙길 수 없을 만큼 금리가 떨어지자 옮겨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안전선호 경향이 지나친 금리하락으로 차츰 변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아직 변수가 많아 본격적인 자금 대이동 추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초단기 상품인 MMF에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는 것은 아직도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은행권에서 기업으로 이어지는 자금의 선순환을 기대하려면 금융기관들이 일정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자금운용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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