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새해 벽두부터 한 푼이라도 더 예금을 끌어들이는 데 박차를 가하는 반면 대출을 억제하는 데 주력한다. 은행의 자금사정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증시로의 자금이탈 현상이 지속되는데다 당장 1월에만 11조원 규모의 은행채ㆍ양도성예금증서(CD) 만기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새해부터는 은행권의 돈줄이었던 은행채 발행 등 시장성 수신에 대한 규제를 가할 방침이어서 차환 발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방안이 ‘예금 확대’다. 이를 위해 수신 관련 인센티브는 대폭 강화하는 반면 신규 대출은 중단 및 축소 조치를 취하는 등 영업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고있다. 마치 IMF 외환위기 이전처럼 예금을 잘 끌어들이는 게 은행원의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예금 유치에 올인=우리은행은 예금 유치를 늘리기 위해 새해부터는 영업점을 평가할 때 적용하던 수신 가중치를 8%에서 12%로 상향 조정한다. 특히 예금 유치를 독려하기 위해 지점장의 ‘예금 우대금리 지급폭’, 이른바 ‘전결금리’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점장 전결금리(1년 정기예금 기준)는 지난해 12월20일 5.7%에서 5.9%로 올라간 데 이어 27일에는 다시 6.1%로 상향 조정됐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수신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일주일 단위로 지점장 전결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아예 지점장이 아니라 본부 차원에서 수신을 독려하기 위해 지점장 전결금리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본부에서 기본 상한 금리(6.2%)를 정해놓고 예금유치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이 5,000억원 한도로 저축은행 금리 수준인 6.9%(1년 기준)의 특판상품을 내놓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7%에 육박하는 정기예금 특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십억원 단위로 움직이는 법인용 예금 금리는 이미 7%를 넘어설 정도로 수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무수익 대출은 옛날 얘기=은행들은 지난해 3ㆍ4분기만 해도 대출 세일즈 경쟁에 여념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일단 대출상품을 판매한 후 금리를 내려주는 사례도 빈발했다. 이러다 보니 은행 수익에는 한 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무수익 대출’이 비일비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무수익 대출은 ‘역적 행위’로 간주된다. 특히 새해부터는 돈 안되고 리스크가 큰 대출은 일절 중단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영업점 평가과정에서 대출 규모에 대한 인센티브를 아예 0%로 끌어내렸다. 예금 유치는 독려해도 신규 대출은 최대한 축소 내지 유보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지점장 가계대출 우대금리제도를 폐지했던 우리은행은 연초 다시 우대금리제를 재개하지만 자금상황에 따라 언제든 우대금리를 폐지 또는 축소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소기업대출을 중단했던 국민은행은 새해 들어 우량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대출은 재개해도 부동산ㆍ임대업ㆍ음식ㆍ숙박업 등에 대한 대출은 더욱 엄격하게 심사할 방침이다. ◇위험가중자산 축소에 안간힘=올해부터 바젤2가 시행되면서 자본적정성 기준이 엄격해지자 자산 유동화를 통해 위험가중자산(대출)을 축소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기존 대출을 유동화하면 해당 금액만큼 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은행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해 후순위채 및 은행채 발행을 적극 규제할 방침이다. 자기자본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은행채 조달까지 막히면 자금조달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산 유동화를 통한 대출 축소가 대안으로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유동화는 BIS비율 제고는 물론 신규 자금조달 효과를 가져오는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중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1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MBS)을 해외에서 발행하기로 확정했고 우리ㆍ국민ㆍ하나 등 시중은행들도 5,000억~1조원 규모의 MBS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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