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세계 6위의 면세점 업체인 월드듀티프리(WDF) 인수전에 나선다. 롯데면세점이 4조원에 이르는 WDF를 인수할 경우 전세계 2위 업체로 도약한다. 최근 KT렌탈 인수전에서 1조원을 부른 신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에도 발휘될지 관심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WDF의 최대 주주인 이탈리아 에디지오네사에 WDF 인수 의향을 전달했다. 에디지오네는 패션그룹 '베네통'의 지주사로, 베네통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세계 1위 면세점 업체인 듀프리·사모펀드인 KKR·프랑스 미디어그룹인 라가르데르 등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과감한 베팅에 나설 방침이다. WDF의 시장 가치는 약 29억 달러(3조2,155억원)로, 인수 가격은 3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총 매출(4조원)에 근접하는 규모다. 국내 2위인 신라면세점 역시 WDF에 관심을 가졌지만, 규모가 너무 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해외면세점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세계 4위 규모인 롯데면세점을 올해 2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2013년 공언한바 있다. WDF를 인수할 경우 이 목표는 단숨에 실현된다. WDF는 전세계 19개국 98개 공항에서 495개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90억 달러가 넘는다. 특히 매출의 70% 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하는 만큼 WDF 인수는 유럽시장 진출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다만 유력 후보인 듀프리와의 승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통 가문은 전세계에서 1,700개의 면세점을 운영중인 듀프리를 유력한 후보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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