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빈은 군말없이 흑93으로 지켰다. “하긴 그렇게 지켜서 흑이 충분하구먼.”(이영구 4단) “아직 앞서 있긴 하지만 이젠 제법 미세하게 됐어. 게다가 위빈은 지금 상당히 낙관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우그러질 게 틀림없어. 그러다가 뒤집힐지도 몰라.”(유준상 3단)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바둑 역전은 안 당해본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라구.”(홍성지 4단) 흑87로 위축되고 흑89로 위축되자 우변의 흑진이 납작하게 보인다. 장쉬의 백100이 놓이자 중원의 주도권이 백에게 완전히 넘어간 느낌이다. “위빈은 사람이 너무 물러터진 게 문제예요. 전에도 수없이 역전패를 당했지만 고치지 못하고 있어요.”(강훈 9단) ‘87트리오’는 한참 분석을 하다가 흑89가 너무 고지식했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무조건 한번은 밀어올릴 자리였어. 실전은 좀 이상하게 됐어.”(홍성지) 참고도1의 흑1로 올라서서 백2면 흑3으로 끈끈하게 따라붙었어야 한다는 것이 홍성지의 주장이었다. “더 좀 화끈한 응수도 가능했을 거야.”(윤준상) 잠시 후에 윤준상은 정말로 화끈한 그림을 제시했다. 참고도2의 흑1 이하 9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강훈 9단의 견해는 달랐다. 더이상 실수만 안 하면 아직 흑이 10집은 이겨 있다는 분석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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