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원자재 등 글로벌 자산시장에 '버냉키 축포'가 터졌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와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소식까지 겹치면서 국내증시는 올 들어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며 5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했다. 유동성 공급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과 원유ㆍ납 등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6.89포인트(2.92%) 오른 2,007.58로 마감했다. 미국의 깜짝 QE3 조치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4월18일(2,004.53포인트)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날 상승폭도 지난해 12월21일(3.09%)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외국인이 1조2,777억원어치나 사들이며 증시를 강하게 끌어올렸다.
이는 전날 미국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 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매월 400억달러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사들이는 QE3를 결정했다. 또 오는 2014년까지로 예정된 제로수준 금리(0~0.25%)도 2015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FRB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퍼레이션트위스트까지 포함할 경우 연말까지 매달 850억달러어치의 국채와 모기지채권을 사들이게 된다. 더구나 FRB는 고용시장 개선의 기미가 없으면 MBS를 계속 사들이고 추가 자산매입에도 나서기로 했다. 사실상 무기한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셈이다.
미국의 강력한 부양책에 달러 자금이 국내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20전 내린 1,117원20전을 기록해 3월의 연중최저(1,115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아시아 주요증시들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83% 올랐고 홍콩과 대만ㆍ인도네시아 등의 주식시장도 2~3% 넘게 상승했다.
유동성 공급확대 소식은 금과 원유ㆍ납 등 국제상품 가격도 밀어올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선물은 2.2% 뛴 온스당 1,772.10달러를 기록했고 원유를 비롯한 대두와 납 등의 선물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시장으로 대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중국의 경기부양 조치가 뒤따를 경우 코스피지수도 점차 바닥을 높여가면서 연내 2,15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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