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프로젝트가 당초 우려들이 현실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물자 반입과 반출은 내국간 거래로 인정되지만 송금ㆍ대외 무역협상 등에서는 외국, 그것도 적성국으로 대우를 받는 데 따른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북 핵 등의 변수까지 겹치면서 실타래처럼 뒤죽박죽이 돼가고 있는 양상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을 통해 대북 송금을 하는 과정에서 1년6개월 동안 외국환거래 규정을 위반했던 것은 개성공단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개성공단 첫 입주기업이 가동에 들어간 지 20개월 만에 전체 생산액이 5,000만달러를 넘어섰고 교역규모(반입ㆍ반출 합계)가 신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이 같은 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개성공단의 제 역할 찾기는 힘들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PCㆍ노트북 정도만 그럭저럭 반입=개성공단에 물자를 반입할 때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북한이 적성국이다 보니 전략물자 유입이 까다롭다. 물론 이 이면에는 전략물자 통제 시스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자리잡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초기에 미국은 MS 오피스 프로그램도 전략물자로 보고 노트북ㆍPC 반입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 정부가 협상을 벌여 일반 노트북ㆍPC는 별 문제 없이 개성공단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설비ㆍ기계류의 경우 개성공단 초기 입주 업체가 가내 수공업 위주다 보니 전략물자로 간주할 만한 장비가 없어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IT 업체 등 고도의 기계ㆍ장비를 쓰는 업체가 입주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첨단 분야의 경우 아예 기계를 개성에 못 들여간다고 보면 된다”며 “아울러 이들 기계를 (개성공단으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미국과 직접 협상을 벌여야 되는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FTA, 한국산 인정도 난제=미국은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풀지 않으면 개성공단 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 인정을 선뜻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 최근 우리와 FTA 상품협상을 타결한 아세안은 100개 품목에 대해서만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한창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캐나다도 개성제품의 한국산 인정에 대해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FTA 협상에서 상대 국가들이 개성공단을 역이용,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 내려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남북 긴장 완화 등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퇴색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들만의 공단으로 남나=까다로운 전략물자 통제 등은 대기업으로 하여금 개성공단을 외면하게끔 만들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는 저렴하다. 하지만 대기업 설비 중 거의 대다수는 전략물자 성격이 강하다. 미국 눈치 보고 자칫 잘못하면 대미 수출도 못하는데 (개성공단을) 누가 가겠느냐”라며 “외국이 훨씬 더 낫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공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적정 규모화되면서 은행 등 부대시설이 들어서야 되는데 현재로서는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개성공업지구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한 예로 국내 은행도 영업이 돼야 들어오는데 현재로서 오겠냐”며 활성화는 현재로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의 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개성공단의 업그레이드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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