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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표정이 다르지 않습니까. 길고 힘든 시간을 버텨냈습니다. 쌍용차는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77일간의 장기 파업이 끝나고 83일만에 생산이 재개된 13일 쌍용차 평택 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얼굴에는 활기와 함께 비장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일터로 되돌아 왔다는 기쁨과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를 되살리겠다는 결의가 함께 묻어났다. 이곳에서 만난 허남렬 조립 4팀 직장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강조했다. 오전 10시 30분 조립 공장 생산 라인에 5000cc 급 체어맨 W 한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산 재개 후 완성된 ‘1호’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신차 1호가 생산될 때 보다 기쁘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평택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는 체어맨과 액티온 등 모두 74대. 조업 시간이 짧고 인원 재배치로 초기 효율이 떨어져 생산량이 적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오는 20일부터 하루 300대, 다음달부터 월 4,000~4,5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최상진 상무는 “수출 2,500대, 내수 2,000대 등 월 4,500대 안팎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이 정도 판매량이면 회사 내부의 기본적인 유동성 확보와 함께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제출한 연간 생산 목표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스 공장에서는 쌍용차의 ‘기대주’로 불리는 C200의 판넬 제작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장동기 프레스 생산기술팀장은 “C200의 판넬은 생산 라인 투입을 위한 사전 테스트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이동한 판넬 생산라인에서는 4,000톤 프레스가 무엇보다 시급한 AS용 판넬을 찍어내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100% 자동화 시스템인 차체 공장의 로디우스 라인에서는 모처럼 로봇들이 부지런히 차량의 외관을 만들고 있었다. 쌍용차 임직원 모두 ‘생기’를 되찾고 ‘희망’을 품게 됐지만 떠난 동료들도 잊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태진 조립 4팀 기감은 “하루빨리 회사를 정상화 시켜 떠난 동료들이 회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는 이날 조업을 시작하기 앞서 평택 공장 직원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임직원 전체 조회’를 열었다. 공장 정상화에 힘쓴 직원들을 포상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자리. 이 자리에서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지나간 77일간의 상흔들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오로지 쌍용차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직원 가족들까지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순열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모임 대표는 “모임 회원 300여명이 앞으로 나올 C200 등 제품 홍보와 쌍용차 구매 캠페인을 전국각지에서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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