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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수익 극대화에 있다. 수익은 매매차익이나 배당에서 올릴 수 있는데 요즘처럼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을 때는 배당을 많이 주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배당을 목표로 국내 시장에 투자할 때 피해야 할 회사는 어디일까. 이사회가 얼마나 배당금을 지급할지 정할 때 고려할 요소를 살펴보면 된다.
아무래도 수익이 많은 회사가 배당도 많이 지급할 확률이 높다. 근본적으로 수익이 배당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의 이익이 좀 적더라도 매년 상당한 이익을 냈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당을 많이 못했다면 올해 이익 대비 배당금을 많이 줄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익 중 배당비율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이 같은 두 회사 A·B가 있다면 수익이 많은 A사가 배당금도 클 것이다. 두 회사의 주가가 같을 경우 더 높은 배당을 원하는 투자자의 선택은 당연히 A사다. 올해 1·4분기에 주주총회를 개최한 코스피200지수 편입사 중 40개사는 배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용감한 계획을 주주총회에 올렸는데 이 중 70%인 28개사가 적자를 봤다.
수익이 많다고 언제나 배당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했거나 진행 중인 회사다. 이때는 현금 또는 그와 유사한 현금성 자산이 넘치는 회사가 아니라면 대규모 현금 유출이 불가피한 배당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아직 성장 중이고 그 속에서 점유율을 둘러싼 회사 간 경쟁이 심한 산업에서 이익 대비 배당이 낮은 경향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정보기술(IT)산업이 그러한 유형에 가깝다. 경쟁이 치열하면 사업전망이 아무래도 불확실하므로 이에 대비한다는 점에서도 저배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반면 시장이 충분히 성숙했고 대규모 설비투자 경쟁이 필요치 않은 산업에 속한 회사는 벌어들인 수익에서 보다 넉넉한 부분을 배당 지급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설비투자 실적이나 계획은 가장 최근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를 찾아서 'Ⅱ. 사업의 내용' 중 '4. 생산 및 설비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면 된다. 투자를 계획 중이거나 주총에서 배당 안건에 투표할 때 유용하다.
설비투자 계획이 아니더라도 부채가 많아 빚을 갚거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라면 현금이 많이 필요할 테니 배당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에 속한 어떤 계열사는 업계 1위의 실적, 적정 배당에 관한 얼마 전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주총회에서 무배당을 결정했는데 최근 이 기업집단이 사업구조 및 소유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업이나 기업 인수에 막대한 현금 지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사회에서 감안했을 것이다.
배당에 영향을 끼칠만한 사정은 투자자 측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게 외국인투자가의 지분율이다. 배당규모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해외에 투자하는 경우 아무래도 투자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고 경영 관여도 쉽지 않아서다. 따라서 외국인투자가 지분율이 높다는 사실 자체가 회사의 배당 성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고 또 외국인투자가는 국내 투자자와 달리 배당 요구에 적극적인 편이기도 하다. 가령 국내 기업에 투자한 해외 보험사가 주주총회에서 저배당 안건에 반대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높은 배당성향도 높은 외국인투자가 비율과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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