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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세출예산의 65%를 상반기에 배정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분기별 집행예산 비중이 배정예산 비중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상반기 실제 예산집행 비율은 5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다.다만 전체 예산 가운데 40%는 1·4분기에 배정돼 초봄 전후가 경기부양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14년도 예산배정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세출예산의 65.4%인 202조4,342억원이 상반기에 배정된다. 분기별로 보면 1·4분기에 40.0%를 배정하고 2·4분기에 25.4%를 책정했다. 3·4분기와 4·4분기는 각각 21.3%, 13.3%다. 상반기 예산 배정률 65.4%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2009년부터 상반기에 70% 안팎의 예산을 배정해왔다. 올해 역시 상반기 조기 집행에 나서지만 그 규모는 예년보다 줄여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의 드라이브를 이어가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최근 "2014년 전체 경기를 상저하고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반기와 하반기 경기가 거의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4분기에 올해 예산액의 40%나 배정한 것은 지난 상반기의 재정 조기집행 후유증이 올해 초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재원을 쏟아붓다 보니 상대적으로 4·4분기에 쓸 수 있는 여력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연말에 일종의 '재정절벽'에 버금가는 악재를 걱정해야 했을 정도다. 보통 재정지출 감소의 부작용은 시차로 인해 한 분기나 두 분기 후부터 나타난다. 따라서 올해 1·4분기에 40%의 재정을 배분한 것은 지난해 4·4분기의 준재정절벽 후유증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올해 역시 4·4분기의 재정배정 비율이 13.3%로 급락하는 점을 볼 때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의 악순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4·4분기에도 재정 투입 감소로 경기 개선세가 악영향을 받게 되면 내년 상반기에 다시 재정을 집중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차선책으로 올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연말 가용예산을 보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채발행 등을 통해 돈을 꿔서 임시로 예산을 변통하는 방식이어서 나랏빚 증가를 억제하겠다고 천명한 박근혜 정부가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가장 좋은 대안은 하반기로 갈수록 부족해질 정부의 재정지출을 민간자본이 대신할 수 있도록 기업의 투자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라고 기재부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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