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를 통과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 카드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획일적으로 정해 모든 신용카드사가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영세 자영업자들은 기대를 갖고 있지만 시장경제의 기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민간회사(신용카드사)가 시장에 상품(신용카드)을 제공하면서 가격(수수료율)을 책정할 권리를 박탈 당한 것이다.
그동안 카드 수수료에 거품이 끼여 있고 대기업과 영세사업자 간 수수료 체계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대기업 수수료는 낮고 힘없는 자영업자 수수료는 높은 요율 체계는 약탈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자구책으로 집단적 실력행사에 나서려는 영세 자영업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시장 공생의 측면에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국회 정무위다.
그러나 상품가격은 어디까지나 민간 자율로 결정되는 것이 맞다. 전기요금 같은 공공 서비스도 아닌 카드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한다니 전시 비상체제가 아닌 자유시장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금융위는 금융위대로 황당해한다. 수백 개가 넘는 자영업종의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개정안 자체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금융당국과 카드 업계는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 중이었다. 카드 업계는 다음달 중 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 턱이 없는 정무위가 개정안을 통과시킨 의도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골치 아픈 문제를 '우대수수료율' 정도로 얼버무리면서 정부에 공을 떠넘기고 자기네들은 선심 쓰고 빠져나가는 면피와 무책임의 전형인 것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을 무시하며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총선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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