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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엔저 정책이 시행된 지난 6개월 동안 일본 펀드간 수익률 격차도 더욱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10%포인트였던 환헤지ㆍ환노출 펀드 간 수익률 차이는 최근 최대 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엔저 정책을 공식화한 지난해 9월 19일 이후 최근까지 일본펀드 내 쌍둥이펀드의 수익률 격차가 20%포인트 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둥이펀드는 펀드 운용전략은 모두 같지만 환의 노출 여부만이 다르다. 환헤지는 환율을 특정 시점 환율로 고정하는 것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그 만큼 환차익을 누릴 수 없어 손실을 보지만,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손을 줄여 수익률 방어를 할 수 있다. 일본 아베정권의 강력한 엔저 정책에 힘입어 엔화가 달러는 물론 원화 대비 약세(원-엔환율 하락, 원화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펀드 내 환헤지 유형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재팬인덱스1 펀드의 환헤지형은 9월 19일 이후 지난 15일까지 약 6개월간 22.7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노출형은 같은 기간 2.25%에 그쳤다. 두 펀드간 격차는 20%포인트가 넘는다. 이 수치는 올해 들어 유독 심화됐다. 실제로 지난해 9월 19일부터 12월 말까지 미래에셋재팬인덱스1 펀드의 환헤지형(7.03%)과 환노출형(-4.29%)의 수익률 차는 11%포인트였다. 새해 들어 불과 3개월 만에 2배 가까운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환노출형 펀드들 역시 일본 증시 상승에 힘입어 최근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지만, 수익의 상당 부분이 환차손으로 깎여나가다 보니 환헤지형펀드 대비 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은 다른 일본 쌍둥이펀드들도 마찬가지다. 프랭클린템플턴재팬 펀드 역시 지난해 9~12월 3개월 간 환헤지펀드와 환노출 펀드간 수익률 차가 10%포인트였으나 수익률 산정 기간을 지난해 9월 19일에서 올 3월 15일까지 6개월로 늘리면 20%포인트가 넘는 차이가 난다. 삼성당신을위한 N재팬전환펀드도 2개 기간 환헤지ㆍ환노출 유형 펀드간 격차가 각각 12%포인트, 20%포인트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엔저현상이 속도조절에 들어가면서 추가 약세는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엔화는 달러화 대비 20% 이상 가치가 떨어져 있는 상태로 일본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살아나면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엔화약세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 기대감도 시장에 어느 정도 선반영이 된 데다 정책이 추가로 나온다고 해도 일본 외 미국, 유럽 등 금리가 모두 싼 상황에서 엔저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엔화만이 유일한 글로벌 차익통화가 아닌 만큼 최근 급속도로 진행된 엔저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윤 연구원은 "올해는 엔-달러 환율이 90엔대 초반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가 더 올라가지 않는 이상, 올해는 달러당 엔화가 100엔 대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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