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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여성 구하고…안타까운 죽음
입력2003-09-24 00:00:00
수정
2003.09.24 00:00:00
“속 한번 안 썩인 외아들인데….”
아들을 잃은 아버지 김진응(46)씨는 쏟아지는 눈물이 목에 걸려 말을 잇지 못했다. “안경사가 되겠다고 힘든 지방생활도 마다 않더니 이렇게 가면 어찌 살라고….”
성추행 당하는 10대 여성을 구하려다 흉기에 찔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대학생 김지연(19ㆍ구미 경운대 안경광학1)군이 입원 한 달 만인 22일 오전 숨졌다.
방학을 맞아 집에 있던 김군은 지난달 24일 오전 3시30분께 경기 시흥시 신천동 놀이터에서 친구 2명과 귀가하던 중 우연히 베트남인 2명에게 둘러싸인 한모(18)양이 “누가 성추행 하려 한다”며 다급하게 친구에게 거는 휴대폰 통화 내용을 들었다.
김군 등은 현장에 달려가 “뭐 하는 짓이냐, 당장 사과하라”며 베트남인 웬뚜안뚜(24)씨 등을 나무라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몇 분 뒤 이들이 다시 돌아와 놀이터 정자에 있던 김군의 왼쪽가슴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당시 김군의 친구들은 30㎙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하느라 사고를 막지 못했다.
중태에 빠진 김군은 인천 길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2일 애태우는 가족 곁을 떠나 23일 부평 화장장에서 한줌 재로 돌아갔다.
지난 6일 구속된 웬뚜안뚜씨는 경찰에서 “술 마신 뒤 호기심에 지나가는 여자에게 `집에 놀러 가자`고 손을 잡은 것일 뿐 성추행 하려 한 게 아닌데 우릴 무시하는 말을 하는 등 억울한 마음에 저지른 일”이라며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웬뚜안뚜씨는 베트남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3년 전 입국한 뒤 불법체류자로 지내며 기계조립 공장에서 번 돈으로 현지 부모와 임신 3개월 된 아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시흥시는 김군에 대해 의사자 지정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했다.
<시흥=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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