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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초선의원 민생현장을 가다] 이화영 우리당 당선자 영세?
입력2004-04-30 00:00:00
수정
2004.04.30 00:00:00
김창익 기자
서울 중랑구 면목시장을 찾은 이화영 당선자는 영세 상공인들의 삶을 구석 구석 살피면서 새삼 지역의 어려운 형편을 실감하는듯 했다. 면목동을 가로지르는 대로와 맞닿은 시장은 갖가지 상품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겉보기에는 제법 그럴듯 했다.
그러나 시장통을 지나면서 마주한 주민들의 요구는 각박한 생활고를 그대로 반영했다.
◇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상공인들 = “처음엔 민노당(민주노동당)찍으려고 했어요. 민노당은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 편이라면서요. 그런데 민노당 찍으면 한나라당 도와 주는 것 같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열린우리당 찍었죠. 뽑아줬으니 열심히 하세요.”
면목시장 한 복판에 서너평 남짓한 점포를 얻어 동생과 둘이서 모자에 붙이는 일명 찍찍이를 하청 생산하는 박영미(38ㆍ여)씨는 이 당선자를 보자대뜸 이렇게 말을 꺼냈다.
페인트가 벗겨져 회색 시멘트 벽이 거의 드러나 있는 달랑 미싱 두 대만 있는 작은 공장에서 박씨와 동생은 하루 1,500여개의 찍찍이를 박음질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나에 100원씩 받으니까 둘이서 하루에 15만원은 벌죠. 그런데 그 것도 하루 10시간은 꼬박 일해야 버는 액수예요. 둘 중에 한 사람이 아프거나 하면 납품 일자 맞추기 힘들고…. 이 일도 워낙하는 사람이 많아 한 번만 납품 일자 못 맞추면 다음부턴 일을 아예 안 줘 요.”
중랑구에 영세 상공인들이 군집하면서 동종 사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이 난립, 경쟁 과열이란 문제가 생겼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당연히 원청 업자는 배짱을 튕기게 되고 하청업자는 반대로 수익성 악화와 경쟁 과열이 란 악순환 고리에 걸려 들었다.
따라서 이 지역 상공인들의 정치권에 대한 요구는 국가 경제 회복 같은 거 창한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작은 문제부터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요구사 항도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난 이 의원은 “중랑구에만 1만5,000여명의 소상공인이 종사하고 있는데 가족까지 합하면 15만명이 영세한 가내수공업 등으로 먹고 산다는 얘기다”며 지역의 어려운 형편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소상공인 지원공단 등 영세 상공인에게 금융ㆍ세제 혜 택 등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어 가겠다”면서 “우선 중랑구 소상공인들이 모이는 소상공인 연합회를 구성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사실 중랑구를 비롯 영세 상공인들은 사업장 규모가 영세해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의 지원 혜택을 거의 못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설령 지원책이 나와도 그 내용을 전달하거나 상공인들의 요구를 수렴하는 창구가 전무해없으나 있으나 매한가지인 셈이 돼 버렸다.
이에 대한 지역 상인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소규모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박찬억(48)씨는 “까루푸 등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오면서 지역 중소 규모의 슈퍼마켓이 무척 어렵습니다. 같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연합해서 10%만 가격을 내려도 한번 해볼 만은 하지 않겠습 니까. 품목도 사실 대형 할인마트에서 파는 것은 거의 다 있습니다. 상인들이 경쟁만 할 게 아니라 서로 협력을 모색한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있습니다”라며 연합체 구성을 지지했다.
◇ 정치권에 대한 여전한 불신 = 일부 상공인들 사이에선 정치권의 성급한 개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갑자기 모든 것을 투명하게 만들려고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에 도 불똥은 고스란히 서민들이 맞게 된다는 게 이유에서이다. 소규모 내장업체 사장인 민경기씨는 조용한 개혁을 주문했다.
“일은 예전만큼 들어와요. 문제는 수금이 안 된다는 거예요. 돈 회전이 잘 안 되는 거지. 부동산 원가 공개다 뭐다 하니까 건설 업체들이 위축되는 거예요. 서서히 해야지 갑자기 이것 저것 다 뜯어고치려고 들면 결국 타격 받는 것은 또 서민이지요. 경제가 살려면 너무 투명해도 안 되는 것같아요.”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 고 용 문제도 이 지역 소상공인들의 관심 사항 중 하나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패션 운동복을 하청 생산하는 강웅구(57)씨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 에 대해 이렇게 사정을 설명했다.
“한국 사람 쓰려면 돈도 많이 들고 이런 일 하려는 사람도 없어요. 외국 인 노동자는 싸긴 한데 불법 체류인 게 밝혀지면 한 사람당 2,000만원 벌금으로 내야 하니 위험하지요. 얼마 전 옆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다섯 사람이 걸렸는데 그 것 때문에 그 집 망했어요.”
같은 봉제업을 하는 근처의 한 공장에서도 티슈옹(23) 등 두 명의 베트남여성이 일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모두 5년째 한국에서 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티슈옹 양은 얼마 전 같은 베트남 불법 체류자와 결 혼해 새살림을 차렸다며 한국이 고향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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