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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대한 예산 쏟아붓고도 반토막 난 전통시장 매출

국내 전통시장의 총매출 규모가 최근 12년 동안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김한표 의원이 5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의 총매출은 2001년만 해도 40조1,000억원에 달했으나 2013년에는 20조7,000억원으로 48%나 감소했다. 전통시장의 쇠락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 기간 정부가 전통시장에 쏟아 부은 예산이 3조5,000억원을 넘는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쓰고도 전통시장의 몰락을 막는 데 효과는커녕 되레 역효과만 초래한 모양새다.

당장 예산이 제대로나 쓰였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전통시장 지원예산의 부실운용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3조5,000억원 가운데 전통시장 주차장·진입로 등 시설 현대화에 3조802억원을 투입하면서도 상인교육 등 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소프트웨어 혁신에 쓴 돈은 고작 3,822억원이었다. 예산지원이 당장 생색을 낼 수 있는 겉치장 쪽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그러니 전통시장 살리기가 시장 상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이 늘어난 전통시장과 달리 정부 규제가 강화됐던 대형마트의 총매출은 2009년 33조2,000억원에서 2013년 45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급성장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양하지 못한 상품에 가격도 비싸고 품질조차 떨어지는데다 상인들까지 불친절하다면 무슨 이유로 전통시장을 찾겠느냐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결국 전통시장이 살 길은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뿐이다.



예산을 쓰더라도 겉치장이 아니라 상인들의 자생능력 보강 쪽에 집중해야 한다. 지역 특산품 개발과 온라인쇼핑몰 개척, 포인트카드 도입, 품질관리 체계 혁신, 친절 캠페인 등을 통해 상인들 스스로 전통시장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하고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미국과 프랑스·일본 등 선진국 주요 도시의 전통시장들이 관광쇼핑 명소로 자리 잡은 것 역시 상인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부 지원이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했다. 더 이상 인기영합식 지원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자립 의지마저 꺾는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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