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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명가 한국씨티 상처난 자존심

대형 시중은행 벽 넘지못해 결국 사업 축소

한국씨티은행은 전신인 씨티은행 시절인 지난 1989년 시중은행에서는 처음으로 프라이빗뱅킹(PB)사업을 시작하며 '국내 최초 PB은행'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씨티가 선보인 금융은 자산가들에게 선진금융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면서 굳게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한국씨티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고 있다. 씨티가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PB 사업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대형 시중은행들이 PB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며 한국씨티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씨티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PB사업본부를 자산관리(웰스매니지먼트) 사업본부의 산하 부서로 통폐합했다. 이에 따라 한때 씨티PB한국 대표까지 역임한 바 있던 정복기 PB사업본부장이 1월 말 해임됐다. 정 본부장 후임에는 지점장급 인력이 배치됐다.

한국씨티 내부사정에 정통한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씨티 전체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오그라들었고 PB사업본부의 실적도 좋지 않았다"며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일부 실적이 밑도는 본부를 통폐합하면서 PB본부도 사라지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의 PB사업 축소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돼왔다. 한국씨티는 지난해 6월 PB사업그룹을 PB사업본부로 격하시킨 바 있다. 당초 한국씨티의 PB사업그룹은 가계금융그룹 및 기업금융그룹과 함께 은행의 3대 핵심 사업분야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씨티를 PB사업 부문의 최강자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강남구 역삼동에 100억원대 이상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강남CPC 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씨티는 대형 시중은행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근 2~3년간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20여곳 안팎의 PB센터를 개설하며 PB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PB사업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열외에 속했던 증권사들까지 최근에 PB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한국씨티의 입지가 더 줄어들고 있다.

현재 한국씨티가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는 PB 고객 숫자는 12만~13만명.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상당수의 PB 고객이 최근 2~3년 사이에 이탈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PB시장에서 4대 시중은행에 이어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기준 PB고객(1억원 이상 예치 고객) 숫자가 7만7,000명 수준이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PB사업에 투자를 강화하며 외국계 은행을 선호했던 고액 자산가들의 이탈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상품 개발력이나 전국적인 네트워크 면에서도 외국계 은행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며 PB시장의 지형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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