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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의 4분’이 대참사 불러
입력2003-02-20 00:00:00
수정
2003.02.20 00:00:00
안길수 기자
`마(魔)의 4분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처음 불이 난 대구지하철 1079호 전동차(열차)보다 나중에 불길이 옮겨 붙은 1080호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가 드러났다. 한마디로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과 기관사의 엉터리 초기대응이 불러 온 어처구니 없는 일로 경찰조사 결과 확인됐다.
4분간에 이뤄진 허술한 대응과 늑장조치로 수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20일 경찰이 공개한 지난 18일 사고때 종합사령실과 1080호 기관사 교신 내용에 따르면 중앙로역에서 1079호 전동차에 불이 난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령실은 1080호 전동차가 역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했다.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놓친 셈이다.
경찰은 1079호에 불이 난 3분뒤 중앙로역에 진입한 1080호 기관사와 사령실간에 교신한 이날 오전 9시55분부터만 공개했다. 오전 9시55분 종합사령실 운전사령은 1080호 기관사에게 “중앙로역 진입할 때 조심해서 운전해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화재 발생했습니다”며 진입을 허락했다.
57분에는 기관사가 "지금 단전입니까"라고 사령실에 묻는다. 이 통화내용과 승객들의 진술로 미뤄 볼 때 56분께 이 열차는 중앙로역에 도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중앙로역에는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안전 방재관리계획서`에는 불이 났을 때 진행하는 열차는 무조건 통과시키도록 돼 있다. 이 수칙을 지켰더라면 중앙로역을 무사히 통과했을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59분 운전사령이 “그럼, 발차”라고 하고 “예”라는 응답에 “조심해 나가세요”라고 말한다. “아~, 미치겠네”, “지금 급전됐다 왔다갔다 하는데 차 죽여서 살릴께요. 지금 급전됐다 살았다가 죽었다 엉망입니다”는 1080호 기관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운전사령은 “침착하게, 침착하게 하세요. 아 여보세요”를 반복한다. 이것이 1080호 기관사와 종합사령실간 숨가빴던 교신 내용이다.
기관사가 발차를 서두르나 전동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 4분이 승객들의 운명을 좌우했다. 그 뒤에는 백약이 무효였다.
<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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