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무기력증, 의욕상실, 역동성 약화 등 ‘신한국병’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덕구(사진) 니어재단 이사장은 22일 한국능률협회(KMA)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외환위기 10년 후의 한국경제, 사화산인가 휴화산인가’ 강연에서 현 한국경제를 이같이 분석했다. 정 이사장은 외환위기 당시와 극복과정에서 재정경제부 차관,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정 이사장은 외환위기 원인에 대해 “박정희식 개발모형과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 사이 충돌 속에서 발생한 사회지배구조의 위기와 개방정책의 실패에 따른 부조화(mismatch) 현상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가 대통령 선거라는 광풍에 몰입, 환란의 태풍이 몰려오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스스로 ‘잔인한 선택’을 내리지 못해 결국 위기를 확대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환위기를 통해 부채경영 청산, 글로벌화 확산 등의 긍정적 유산도 있었지만 소득 양극화 심화, 공동체 의식과 중산층 붕괴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한국경제가 새로운 병에 신음하고 있다는 점.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그 이전의 고비용 저효율에서 비롯한 한국병과는 아주 다른 병리현상이 만연돼온 것 같다”며 “이러한 신한국병의 증세는 무기력증, 의욕상실, 심리적 불안감, 역동성 약화, 국가의 사회적 역량 침체, 국가의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믿음 약화 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위기는 반복되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사화산이라는 증거는 없다”면서 “만약 위기가 발생하면 선진국에서 발생, 그 파괴력은 이전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경제위기는 위기 예방능력이 가장 약한 나라에서 반복해 발생한다”면서 “위기의 요소는 항상 곁에 있는데 현명한 국가라면 그 위기요소를 항상 관리 가능한 크기로 축소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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