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름대로 블루오션(Blue Ocean)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연예인들끼리 사업경쟁이 치열한데, 남과 달리 ‘김치’에 뛰어든 것이 경쟁력이 된 것 같습니다.” 180㎝의 날씬한 키로 남태령 CJ홈쇼핑 본사 스튜디오에 들어선 홍진경(29ㆍ사진). 여전히 ‘사업가’보다는 ‘모델’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업체인 ㈜홍진경과 자신의 브랜드인 ‘더 김치’에 대해 차분한 말투로 설명을 해 나가는 모습은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던 ‘명랑소녀’가 아니라 영락없는 ‘젊은 여사장’이다. 홍 사장이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하는 것은 지난해 여름. 입 소문을 타고 쏠쏠히 팔리던 ‘더 김치’는 올들어 CJ홈쇼핑을 통해 방송을 타기 시작하더니 올 한해 이 곳에서 판매된 제품 가운데 수량으로 9위를 차지하는 ‘대박’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잘 나가던 모델 일을 관두고 김치 사업이라니.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TV에서 보여드린 똑 같은 유쾌한 이미지는 재미가 없어졌어요. 새로운 루트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로 살아보고 싶었어요. 김치를 사업아이템으로 택한 것은 어머니가 김치를 잘 담그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 자신은 사실 김치 담글 줄도 몰라요.” 일찌감치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김치 맛으로 유명해진 홍 사장의 어머니 김민정씨는 ㈜홍진경의 이사로, 김치 공장에서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모델 홍진경이 김치를 판다더라”는 호기심에 제품을 사본 사람들이 입 소문을 내기 시작하면서 ‘더 김치’의 1회 방송 판매량은 3,000~3,500세트가 금액으로는 1억5,000만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다. 홍 사장의 김치는 특히 지난 김치파동 당시 남다른 브랜드 파워를 발휘했다. “어떻게 생산되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저는 식약청 발표 전날에도 두 발 뻗고 잤어요. 물론 전체적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판매에 조금 영향을 받긴 했지만, 100% 국내산이라는 신뢰감이 금새 소비자들에게 더 강하게 어필한 것 같아요.” 사업가의 길로 접어든 그녀지만 ‘돈’에 대한 욕심은 아직 없는 듯하다. 매출 목표를 묻는 말에도 “아직 생각 해 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팔리고 안 팔리고는 하나님이 주관하는 일이 아닐까요.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선보이면 인정을 받게 되겠죠. 저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한 입장인 것이 사실이고, 스스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새로운 일에 대한 욕심은 많다. 김치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에는 만두 브랜드 ‘더 만두’를 출시했다. 앞으로는 공산품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 홍 사장은 “예쁜 수세미와 주방용 장갑 등을 선보이는 ‘더 키친’, 세련된 문구 제품을 판매하는 ‘더 문구’ 등 ‘the’라는 브랜드로 생활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책과 음반도 그녀가 머리 속에서 구상하는 또 다른 ‘the’ 브랜드 제품들이다.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장차 오프라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세련된 문구 브랜드가 출시되면 해외의 유명 멀티숍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죠.” 브라운관과 캣 워크를 누비던 젊은 여사장에게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새로운 무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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