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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갈등의 2003년을 보내며
입력2003-12-30 00:00:00
수정
2003.12.30 00:00:00
정구영 기자
참여정부가 출범한 계미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대외적으로 세계를 긴장시켰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전광석화와 같은 새로운 전쟁기술을 선보인 `미군`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전쟁이 조기에 끝난 것은 다행스럽기는 했지만 중국을 진앙으로 하는 사스(SARS)공포가 뒤따랐다.
안으로도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극심한 진통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특히 경제는 민간소비와 투자위축으로 실질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았다. 서민들의 생활고가 깊어지는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이 이어졌다. 부산항을 마비시킨 태풍에다 사스공포까지 겹쳐 경제난을 더욱 심화시켰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신용불량자가 360만명에 이른 가운데 신용카드사의 부실이 가시화되면서 신용대란에 따른 금융불안이 고조된 한해였다.
동북아경제중심국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거창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대규모 파업으로 인한 노동불안으로 기업의 투자활동은 갈수록 위축되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 투자는 기피하고 대신 중국 투자가 활성화됨으로써 산업공동화가 본격화되기도 했다. 기업들의 투자기피로 일자리 창출이 안되자 청년 실업자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실업자 신세를 면하기 위해 어떻게 하든 졸업을 기피하는 기현상이 확산됐다. 이런 와중에서도 수출은 호조를 보임으로써 어려운 경제의 버팀목이 되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고질적인 부동산투기 바람과 치솟는 아파트가격을 잡은 것은 현정부가 거둔 몇 안 되는 성과중의 하나로 꼽힐만 하다.
정치도 요란했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된 가운데 국회와 정치권은 일년내내 대선자금 등을 둘러싸고 치고 받는 공방전을 펼쳤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의 측근들의 비리와 실수가 잇달아 터져나오더니 마침내 대통령이 직접 재신임을 묻겠다는 헌정 사상 초유의 폭탄 선언이 나왔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과정에서는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차떼기 수법까지 드러나 국민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집단이기주의도 극성을 부렸다. 우리경제의 생명줄인 수출을 위기로 몰아넣은 운송연대파업사태를 비롯해 핵폐기장 유치를 둘러싸고 군수가 폭행을 당하고 장관이 경질된 부안사태에 이르기까지 편한 날이 없었다. 통제되지 않는 집단이기주의로 새만금간척ㆍ고속철도ㆍ서울외곽고속도로 등 주요 국책사업이 올스톱됐다.
경제난이 가중된 가운데 혼란과 갈등의 계미년이 저물고 있다. 활기차고 보람된 2004년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세밑의 바람이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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