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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둔 가장 A씨는 요즘 씀씀이를 줄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정부가 영유아 보육ㆍ교육비를 늘려 가계에 다소 도움이 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A씨는 고심 끝에 한달에 10만원 넘게 지출하는 담배를 끊고 아내와 전기ㆍ수도 사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외식비와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주말 나들이도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1ㆍ4분기 가계 동향은 최근 우리 가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기불황에 잔뜩 위축된 우리 가계가 먹고 자고 노는 비용을 줄이면서 저축을 늘리려는 힘겨운 노력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가계가 얼마나 소비를 줄였는지를 정확히 알아보려면 물가상승 영향을 제외한 실질 가계지출을 봐야 한다. 쓰는 양을 줄였더라도 가격이 오른 경우 명목지표로는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1ㆍ4분기 우리 가계의 실질 가계지출은 전년보다 2.4% 줄어 최근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ㆍ4분기(-7.2%)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우리 가계가 가장 많이 지출을 줄인 품목은 ‘담배’다. 건강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끊기 어려운 담배를 줄였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사정이 안 좋다는 방증이다.
다음으로 많이 줄어든 것이 교육이다. 정부는 유치원비 지원, 등록금 인하 등으로 교육비가 전년보다 크게 감소(명목기준 -16.5%)했다며 ‘공’을 내세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리 가계의 교육 지출은 가격요인을 제외한 실질기준으로 전년보다 8.5% 줄었다. 정부지원이 이뤄지는 정규교육이 12.6% 감소했고, 사교육인 학원ㆍ보습교육도 3.1% 줄었다. 아이 교육의 절대시간이 감소했다는 얘기다.
먹는 양도 줄었다. 1ㆍ4분기 실질 식료품ㆍ음료(주류 제외) 지출은 전년보다 3.4% 줄었다. 지난해 4ㆍ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채소 가격이 상승해 채소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목한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여가시간도 줄어 음식(외식)ㆍ숙박 지출이 지난해보다 1.2% 감소했다. 외식ㆍ숙박 역시 최근 2분기 연속 줄어드는 모양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주류 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주류 지출은 명목기준으로 전년보다 10.1%, 실질기준으로도 4.5% 증가했다. 술값에 쓰는 돈뿐 아니라 먹는 양도 늘었다는 얘기다. 술 소비량은 살기가 각박해질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극심한 소비감소는 2ㆍ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이후에도 소비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유통업체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4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보다 9.8% 감소했다. 식품(-9.3%)과 의류(-17.7%), 스포츠(-12.2%), 가전(-6.8%) 등 전 부문이 부진했다. 예년보다 4월 기온이 낮아 시즌 의류와 스포츠 상품 매출이 부진했고 수입과일의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 등으로 식품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백화점 매출은 전년보다 1.9% 떨어졌다.
씀씀이가 줄어든 만큼 가계의 재무상태는 양호해졌다. 1ㆍ4분기 가구당 흑자액이 84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0.8% 증가했다. 정부가 보육ㆍ교육비 지원 등으로 돈을 풀었지만 이 돈이 소비 증가가 아닌 저축 증가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올해 영유아 보육비 지원이 전 계층으로 확산돼 소비지출이 낮아졌다”며 “보육비·유치원비 등 정책효과를 제외하더라도 1ㆍ4분기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0.0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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