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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구하기 '별따기'…"경제에 재앙 될수도"

나올 곳은 없고 갚을 곳만…하루짜리 달러금리가 10%대<br>"달러난 지속땐 주가하락·환율상승 등 펀더멘털도 악영향"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달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하루짜리 달러자금에 무려 10%대의 고금리를 주는 마당에 글로벌 신용경색 심화로 만기도래하는 외화차입 상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책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달러대출을 갚으라고 나서면서 연쇄압박이 심각해질 경우 시중은행의 달러난은 한국경제에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달러, 나올 곳은 없고 갚을 곳만 많다’=시중은행들은 “답답하다”고 말한다. 달러 유동성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달러 조달계획이 엇나갔다. 달러가 나올 곳은 막히고 상환 요구는 계속되는 상황이다. 외형상으로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비율은 103%로 모든 은행이 감독당국의 지도비율인 85%를 넘어섰다. 9월 말에도 외화유동성 비율을 모두 맞췄다. 숫자로는 외화유동성이 건전하다. 하지만 현실과는 격차가 난다. 상환 요구는 이어지고 기업들로부터 달러회수가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면 단기조달로 연명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차장은 “극단적으로 하루짜리 콜 시장이 계속 돌면 무너지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콜 시장마저 막힐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들이 10월에 갚아야 될 달러표시 채권은 9월에 비해 적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 시중은행이 갚아야 할 해외 채무 중 달러 채권은 5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10월에는 1억5,000만달러로 준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더 이상 마른 수건 짜기가 버겁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 문제는 만기연장에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관건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부장은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도 만기연장이 힘든데 시중은행은 오죽하겠느냐”며 “만기연장이 하나도 안 되는 최악의 경우는 대출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용경색, 달러 하루짜리 초단기만 거래=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용경색이 달러 거래를 막고 있다. 달러 유동성 부족은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이 원인이다. 달러 콜 거래는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24시간 동안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 자금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하면 곧바로 한국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금융회사가 한국 시장에서도 콜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만기가 코앞에 닥치고 있어 하루짜리 대출로라도 막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부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는 차입처와 아주 관계가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장이 힘들다”며 “외국계들도 자기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만기연장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기업 외화대출을 줄여야 되는데 쉽지 않다. 한 자금부장은 “달러 상환 요구가 들어오면 기업들에 회수해 갚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며 “하지만 대출 고객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줄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에 자구하라는 종전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은행권 달러난 재앙되나=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난이 국책은행의 만기자금 회수 조짐으로 더욱 악화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한국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은행의 외화자금운용 미스매칭이 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다. 은행은 통상 50억~200억달러의 달러를 부채로 빌려 운용한다. 하지만 외화차입 만기연장이 안 되면서 단기부채에 의존하다 보니 자산과 부채의 미스매칭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조달비용이 커지는 것은 물론 만기연장(롤오버) 리스크 노출이 심각해졌다는 의미다. 또한 국가 입장에서도 부채의 단기화로 유동외채 비율이 올라가면서 국가 신용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달러 부족은 또 은행의 외화운용을 가로막는다. 외화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 외화대출을 못해주는 것은 물론 수출기업의 수출환어음 매입 여력도 사라진다. 당장 달러가 필요한 수출업체로서는 은행의 업무 중단으로 흑자도산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은행권 달러난이 지속될 경우 주가하락과 환율상승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이는 국가경제의 펀더멘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달러가 없어 외환디폴트로까지 번지지는 않겠지만 이로 인한 코스트는 한국경제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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