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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도 안 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수익부진으로 청산되는 사례가 처음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펀드 청산을 계기로 토종 헤지펀드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지스롱숏 펀드'를 청산하기로 결정하고 지난주부터 펀드 환매절차에 돌입했다. 펀드 청산은 이번주 중으로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헤지펀드 중 청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16일 설정된 이 펀드는 한국과 아시아 기업주식에 투자하는 롱쇼트펀드다. 지난 10월 초 프라임브로커인 우리투자증권이 초기 투자자금 50억원이 빠져나간 후 계열사 자금 100억원으로 운용 중이다. 환매 절차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일 기준 이 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1.45%로 4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 성적을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이번 청산이 다음달 출범 1주년을 맞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토종 헤지펀드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추가로 청산 과정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소 3년 이상의 성과를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출범 1년이라면 충분히 중간 성과를 평가할 만한 기간"이라며 "다음달 출범 1년을 맞이하는 만큼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형 헤지펀드의 1차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에셋 측은 이번 토종 헤지펀드 청산 결정이 운용전략 다변화 차원에서 나온 결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펀드의 전략을 수정해서 새로운 형태로 운용하려 했으나 차라리 펀드를 새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고객에게 팔린 상품이 아니고 시드머니와 회사 자금으로 운용되던 펀드 인만큼 청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은 이지스 펀드를 청산한 후 매크로 변수를 활용해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자산배분전략을 추구하는 '플렉서블오퍼튜니티'를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 펀드 운용은 홍콩법인 대안투자전략 부문 출신인 이현복 이사가 담당할 계획이며 프라임브로커는 대우증권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채권차익 거래와 주식 롱쇼트 등 멀티 전략을 구사하는 6번째 헤지펀드 설정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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