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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응원, '참담'→ '환희의 노도'

전반 초반 순식간에 내준 앙리의 선제골에 붉은악마들의 탄식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후반 36분 박지성의 오른발에서 천금같은 동점골이 터져나오자 붉은 물결은 노도와 같이 다시 일어났다. 19일 인천 문학경기장은 오전 2시 개방되자마자 관중들이 줄을 지어 입장해 4만5천여명이 스탠드를 가득 채웠다. 이날 경기장은 새벽 시간이어서인지 중장년층은 극소수였고 10대와 20대 등 젊은이들 일색이었다.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울리자 스탠드 하단 하프라인 지역에 모여있던 붉은 악마들은 대형 태극기를 펼쳤고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합창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날이 밝아오자 붉은색 물결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그러나 일부 관중은 피곤에 지친 듯 스탠드 바닥에 누워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전반전이 끝난 뒤 출근길 대란을 우려한 듯 일부 관중은 경기장을 빠져나갔고후반 들어 후반 들어 경기가 소강상태에 이르자 관중들의 응원은 점차 잦아들었다. 그러나 후반 36분 관중들의 굳은 표정은 순간 환희로 바뀌었다. 박지성의 골이네트를 출렁이자 라이프치히 월드컵경기장(첸트랄 슈타디온)의 감동은 그대로 문학경기장으로 옮겨져왔다. 관중들은 펄쩍펄쩍 뛰고 부둥켜 안으며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쳐댔다. 경기종료 5분여를 남기고 앙리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무위에 그치자 가슴을 쓸어내리며열광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여자 친구와 함께 응원전을 펼친 최승용(20)씨는 "전반에 선제골을 내줬을 때참담한 심정이었으나 박지성을 비롯한 11명의 태극전사들을 끝까지 믿었다"며 기쁜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스페인 출신으로 중학교 원어민 강사인 아산 무스타사(25)씨는 "경기장의 응원열기가 마치 스페인 투우장 분위기와 흡사하다"며 "16강에 진출한 스페인에 이어 한국도 16강에 올랐으면 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관중들은 썰물 빠지듯 경기장을 나갔지만 일부는 스탠드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기도 했다. 친구 5명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이강우(25)씨는 극적인 무승부의 환희를 뒤로한채 경기가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를 한참 줍고 나서야 경기장을 떠났다. 그는 "토고전이 끝난 뒤 경기장 안팎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보며 찜찜한 기분이들어 친구들과 함께 청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붉은 악마들은 관중들이 모두 나간 뒤 30여분 가까이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관중들은 토고전 승리 때 열광적인 경기장 밖 응원전을 연출했던 것과는 달리이날은 바쁜 걸음으로 지하철역과 버스경기장 등으로 빠져나가기도 했으나 일부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기쁨의 여운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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