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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 <1>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잔치

대기업연구소 사표내고 외국행 "후회없다" <br>■ 서울경제-SERI 공동기획<br>"근무환경·보수 열악" 최근 2∼3년 퇴사율 10% 넘어<br>두뇌 공동화 심화로 산업·국가경쟁력 악화 불보듯

싱가포르는 저렴한 학비, 뛰어난 교수진을 앞세워 각국 유학생들을 대거 흡인하는 '아시아 인재·교육허브' 로 자리잡았다. 켄트리지에 있는 싱가포르국 립대학교 캠퍼스에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려는 싱가포르의 의지가 잔뜩 담겨 있다.


“내가 받는 연봉은 8만달러다. 한국의 웬만한 교수보다 나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지금 아이들 조기유학으로 난리가 났다는데 유학비용까지 감안하면 이곳 생활이 한국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 LA에서 기자와 만난 Y(41)씨는 귀국을 포기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딴 뒤 현지 한 기업체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 올 때 갓난애였던 아들이 이제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서 사교육 지옥인 한국에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한다. 그가 귀국을 포기한 또 다른 이유는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것.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학동기생 70여명 가운데 손가락에 꼽힐 만큼 뛰어난 연구실적과 경력을 갖췄지만 한국에서는 그를 받아줄 곳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고급두뇌 공동화현상 심각하다=국내 명문대 금속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 브라운공대에서 석사를 마친 K(40)씨. 한때 대기업에서 반도체 개발을 하며 한국을 반도체강국으로 우뚝 세우는 데 일조한 그는 더 이상 공학도가 아니다. K씨는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뒤 현지 컨설팅회사에 다니고 있다. K씨는 과거 한국에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요즘에는 진로를 바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고급 연구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굴지의 모 대기업 연구소는 불과 2~3년 전까지도 퇴사율이 3~4%선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0%를 훌쩍 넘기고 있다. 어렵게 뽑아온 이공계 인재들이 걸핏하면 “교수를 하겠다”며 사표를 던진다는 것. 이곳에 근무하는 A박사(입사 12년차)는 “국내에서는 별 보고 퇴근하는 장시간 근무가 일상화돼 있는데다 갑자기 프로젝트가 없어져 제대로 평가를 받지도 못한다”며 “많은 후배들이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 외국으로 가거나 해외에서 학위를 딴 뒤 그대로 눌러앉고 있다”고 전했다. 어렵게 키운 핵심인재들이 획일적인 기업문화와 미흡한 보상, 불만족스러운 생활여건 때문에 한국을 등진다. 교육열로 치면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한국에서 정작 쓸 만한 A급 인재가 점점 귀해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들이 놀 수 있는 마당’이 너무 좁다=이준기 전남대 교수는 “반도체 분야 고급인력들이 최근 싱가포르ㆍ중국ㆍ대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토요일ㆍ일요일에도 출근하고 하루에 12~14시간씩 일하지만 외국 기업들은 정시 퇴근을 할 수 있고 근무 분위기가 자유로워 젊은 세대일수록 해외로 나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한다. 고급인재들이 좋아할 근무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 인재를 빼앗기고 있다는 얘기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급 두뇌들은 과거와 달리 유동성(글로벌 모빌리티)이 커져 좋은 조건이면 해외 어디든 간다”며 “자기가 일한 만큼 보상해주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선진사회나 글로벌 기업에 인재가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뇌유출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면서 한국의 경쟁력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글로벌화되면서 조기유학이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자 될 성 부른 영재들이 특목고를 거쳐 미국 아이비리그 등으로 대거 진학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더 좋은 대우와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보장된 외국에 보금자리를 트는 것을 ‘능력’으로 여기는 눈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은 “고급두뇌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면 지식기반 경제의 경쟁력 근원인 인적자원의 공급이 줄어 산업과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루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외국 인재에도 눈 돌려라=전문가들은 고급인재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가는 만큼 우수 두뇌들이 들어와 '인재 밸런스'를 이 류지성 수석연구원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학생 1,000명당 1명꼴에 불과하지만 교육강국인 스위스는 159명, 미국은 32명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교수ㆍ연구ㆍ기술지도의 체류자격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고급두뇌는 전체 유입 외국인의 1%도 넘지 못하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각 개인이 지닌 능력에 따라 국내인력이 해외로 나갈 수 있고 해외인력도 우리나라에 와서 취업하고 정주하는 ‘두뇌순환’ 시대”라며 “해외인재를 유치해 올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오철수차장(팀장)·문성진(베이징특파원)·이규진·서정명(뉴욕특파원)·김현수·김호정·김민형·김상용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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