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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유감

매년 연초가 되면 언론매체에서 각종 통계자료가 쏟아져나온다. 이것은 지난 한해 나라 안팎에서 있었던 일을 결산하는 의미가 있다. 때문에 이들 자료 중에는 대단히 흥미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로 우리나라 땅값에 관한 자료가 있다. 지난 2002년 말 현재 우리나라 과세대상 토지의 땅값 총액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할 때 1,494조원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토지는 국ㆍ공유지를 포함해서 대략 전국토의 4분의1 정도에 해당된다. 그리고 공시지가는 시가보다 다소 낮게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땅값 총액은 적어도 2,0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지난 한해 우리나라 땅값은 평균 8.98% 상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앞서 추산한 땅값 총액에 대입하면 180조원 이상이 된다. 이 금액의 상당 부분은 지난 한 해 땅 주인들이 벌어들인 불로소득이다. 물론 이 소득이 현금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땅 주인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 체제에 들어선 97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정부가 조성한 공적자금 총액은 160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 천문학적 규모와 그 밖의 여러 이유로 해서 지난 5년간 공적자금이 조성ㆍ운영되는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런데 공적자금보다 규모가 크고 조성기간도 5분의1에 불과했던 지난해의 땅값 상승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이 없다. 공적자금은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땅값 상승은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럴까. 그러나 땅값 상승이 과연 국민경제에 이익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땅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에 빈부격차가 커진다는 것이 그 하나다. 땅값이 올라가면 아파트 등의 분양가가 비싸지고 정부의 공공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의 돈이 생산활동보다는 땅 사재기에 투입돼 경제의 흐름을 왜곡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부동산 거품은 금융회사의 부실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과거 땅값 거품이 심했던 일본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 땅값 상승의 문제는 우리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더불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현안으로 생각한다. <최병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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