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에서 재정긴축안과 유로존 잔류를 내건 신민주당이 승리했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에서 그동안 외면 받았던 조선ㆍ철강ㆍ증권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사태가 여러 고비 가운데 하나를 넘은 것뿐이라며 국내 증시가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간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55포인트(1.81%) 오른 1,891.7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80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난 3월14일 이후 가장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4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1,900포인트를 회복하기도 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자 대표적 경기민감주인 조선ㆍ철강ㆍ화학주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 한 달간 주가가 10% 이상 빠졌던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5.13%(1,900원), 3.60%(1,000원) 상승한 3만8,950원, 2만8,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중공업(2.75%)과 STX조선해양(4,78%), 현대미포조선(3.83%)도 급등세를 보이며 오랜만에 조선업종이 고개를 들었다.
또 그리스 사태 진정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증권주들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현대증권이 4.79%(410원) 오른 8,970원에 장을 마친 것을 비롯해 삼성증권(2.35%)과 대우증권(2.38%), 우리투자증권(0.92%) 등 다른 증권주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유로존 불안완화에다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정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철강주들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동국제강은 3.53% 올랐고 풍산(5.00%)과 현대제철(1.56%), 동부제철(3.98%), 포스코(1.47%) 등 다른 철강주들도 상승했다. 윤관철 BS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들어서며 철강업종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고 있는데다 주요국들이 정책공조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이 경기부양으로 정책방향을 틀면서 연초 이후 소외 받았던 철강업종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총선이 무난히 끝나면서 일단 증시의 단기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배재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2ㆍ4분기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였던 그리스 총선이 신민당의 승리로 종료되면서 단기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돼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이날 증시가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 추세적인 상승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신민당이 긴축안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유럽 각국들과 재협상에 들어가면 또 불협화음이 높아져 유로존 불안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큰 고비를 넘었다는 판단에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조선ㆍ철강ㆍ증권주들이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1,900선 위에 올라가면 이런 반등효과는 줄어들고 다시 프랑스와 독일 정상들의 입에 따라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 팀장도 "반등장세에서 낙폭과대 종목들이 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리스에 대한 불안은 잦아들었지만 스페인은 여전히 뱅크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유럽 각국들이 예금자보호 등 정책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유로존 불안이 언제든지 다시 불거져 국내증시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다음달 초부터 발표될 국내 주요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증권주 등이 반등한 것은 시장에서 바닥 다지기를 통한 반등으로 봐야 한다"며 "다음달 발표되는 2ㆍ4분기 실적이 크게 나아져야 시장이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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