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보일러의 양강 체제가 구축됐던 보일러업계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3위 업체였던 린나이코리아가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보일러업계에 따르면 린나이는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최근 들어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린나이는 지난해 보일러 3사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향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린나이는 지난해 3,084억원의 매출을 올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3,000억원 고지를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138억원으로 전년보다 130%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 기준 부동의 2위였던 귀뚜라미는 매출액이 2,865억원으로 전년보다 11.5% 줄어들면서 3위로 내려 앉았다. 귀뚜라미는 영업이익도 33% 줄어든 112억원에 그쳤다. 업계 1위인 경동나비엔은 매출액은 4,289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1.9%와 15.7%가 감소했다.
물론 이 수치는 보일러 사업 외 매출도 일부 포함돼 있어서 보일러 자체만 놓고 보면 귀뚜라미가 여전히 린나이보다 우위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린나이는 가스레인지 사업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력제품인 가스보일러 시장에서는 대도시 아파트 주민의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린나이의 시장 점유율이 귀뚜라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게 상당수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각 사는 정확한 시장점유율 관련 통계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린나이가 올 들어 전체 시장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아파트 신규 분양과 개보수 등 단체납품을 하는 특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업계 지위를 둘러싼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경쟁 입찰 방식이라 가격 덤핑이 심해 수익성보다는 마케팅 효과를 염두에 두고 진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린나이는 지난 2010년 린나이재팬에 인수된 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수익성 중시의 경영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린나이 관계자는 "올해는 수년 간의 노력에 힘입어 예상대로 무차입경영을 실현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여 전보다 과감한 마케팅 활동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기존 부동산 관련 매출이 지난해부터 발생하지 않아 매출이 줄어든 것일 뿐 보일러 시장에서 귀뚜라미의 지위는 여전히 탄탄하다"며 "올해는 대대적인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리딩 업체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