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무리하게 확장했던 가전과 소형 액정 디스플레이 백라이트유닛 등 모듈 사업을 지난해 말에 전부 정리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력에 자신이 있는 자동차용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udio Video Navigation·AVN) 사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재일교포 출신인 박상규(48·사진) 대성엘텍(025440) 대표는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기본기에 충실한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전보다는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일본에서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귀국한 박 대표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자신감과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대성엘텍은 1979년 일본의 세계적인 카오디오 전문업체인 알파인의 임가공업체로 출발했다. 재일교포 출신인 박 대표의 선친 고(故) 박병헌씨는 사업 초기부터 일본 업체와 교류하며 기술력을 쌓았다. 대성엘텍은 이를 바탕으로 AVN 분야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며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영입된 외부 전문경영인들이 신규 사업으로 추진했던 가전과 모듈 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사업 근간이 됐던 부문까지 위태로워졌다. 실제 가전 사업은 지난해 46억원 영업적자를 기록,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모듈 사업도 지난해 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가전과 모듈 사업의 위기는 AVN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AVN 사업의 영업이익은 2012년 84억원에서 지난해 3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부채 비율도 급등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성엘텍의 부채 비율은 670%에 달했다.
박 대표에게는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했다. 이를 위해 최근 외부투자를 유치해 재무구조를 개선했으며 본연의 AVN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성엘텍은 지난해 8월 스틱 사모투자펀드로부터 370억원을 수혈받아 지난해 말 기준 부채 비율을 300% 초반으로 낮췄다. 또 오래된 설비도 교체하는 등 생산설비도 다시 정비했다.
박 대표는 "스틱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서 거래처 확대 등 실질적인 사업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틱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말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던 가전과 모듈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AVN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스틱이 기존에 투자하고 있던 회사를 거래처로 소개시켜줘 부품 공급가를 낮췄고 스틱이 연결해준 AVN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 공동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공급처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몇 년간 회사가 위기를 겪으면서 국내외 거래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현대차를 비롯해 GM·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에 AVN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 한 기업과 납품계약을 체결, 오는 7월부터 해당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현대차에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성엘텍의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대성엘텍은 장기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넘어 설계까지 직접 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진화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설계를 직접 하면 원가를 줄일 수 있고 공정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여지가 커져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며 "올해 OEM과 ODM 비중을 50대50으로 가져가고 2018년까지 ODM을 60% 이상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대성엘텍의 변화는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대성엘텍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0%나 증가했다. 매출액도 978억원으로 40% 이상 늘었다.
박 대표는 "지난해는 엔저로 인해 30억원 정도의 환차손이 발생해 영업이익이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부품의 결제통화를 엔화로 바꿔 환 위험을 3분의1로 줄인 결과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