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주도주 교체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부각으로 조정장이 길어지면서 올 상반기를 풍미했던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뒷걸음질치는 반면 전기가스ㆍ통신ㆍ음식료ㆍ보험 등 경기방어주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가의 움직임과 함께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강약에 따라 주도주의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방어주들 조정장서 ‘선전’=1일 코스피지수는 나흘 연속 하락하며 1,666.46포인트를 기록,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외국인들이 17일째 팔기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가 한달간 10%나 빠졌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고개를 들수록 전기나 가스, 통신, 음식료 등 생활 필수재 성격이 강한 경기방어주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한국전력ㆍ한국가스공사ㆍKTㆍKT&GㆍCJ제일제당 등은 최근 하락장에서 보합 또는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KT&G는 한달 전 8만8,000원대에서 지속적으로 올라 최근 처음으로 9만원대를 돌파했다. 한국가스공사ㆍKTㆍ한국전력도 상대적으로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면서 최근 증권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낮은 인프라 업종이나 인플레이션에 강한 식음료나 보험, 그리고 추가 하락 위험이 낮은 은행주 등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ITㆍ자동차 등 수출주 ‘뒤걸음’=IT와 자동차주들은 지난 6월 이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하강에 따른 소비둔화가 예상되면서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ㆍ4분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5월 중순 고점 대비 주가가 17%가량 급락했다. 하이닉스는 주가 하락세가 더욱 완연하다. 하이닉스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실적 우려와 함께 7억달러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달새 20% 이상 급락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5월 중순 9만원대까지 치솟던 주가가 줄곧 내리막을 걸으면서 최근에는 7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상황을 볼 때 3ㆍ4분기 중에 실제 소비가 꺾일 가능성이 크고 연내 지수가 1,900선 이상 오르기 힘든 상황”이라며 “IT나 자동차 등 수출주의 경우 소비둔화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도주 교체는 향후 경기상황이 좌우=최근 경기방어주와 수출주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주도주 교체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IT 등 주도주로 자리매김해온 수출주 대신 경기 방어주들이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여전히 IT나 자동차주들의 하반기 실적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향후 반등 시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란 의견과 함께 경기둔화가 더 가속화될 경우에는 경기방어주가 전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혼재돼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는 하반기 실적이 여전히 좋을 것으로 판단되며 앞으로 주가가 회복기조로 가면서 주도주로서 지위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미 저평가 메리트가 강하게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원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향후 고유가로 지속적으로 물가는 오르지만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부진한 장세 속에서 경기방어주들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물가는 상승하더라도 성장이 일정 정도만 받쳐준다면 수출주 역시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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