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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최소 1∼2년 동안은 행장 자리를 겸임하기로 한 것은 분리할 경우 상당 기간 조직의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소 힘들더라도 행장을 겸임함으로써 의사 결정의 신속성과 역동성을 확보하고 그동안 지배구조 문제로 흐트러진 영업조직을 조기에 다잡겠다는 포석이다.
윤 내정자가 행장을 겸임할 경우 또 하나 걱정되는 부분이 은행 이외의 자회사 경영이다. 사실 KB는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2금융권이 취약하다. 생명과 투자증권·저축은행들 모두가 녹록하지 않다. KB캐피탈도 순익이 급감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결국 회장 선임과 함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물갈이가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얼마나 역량 있는 사람들을 전진 배치시키느냐가 성패의 관건인 셈이다.
◇친정체제 통해 조직 다잡기=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KB 회장 선임 과정에서 회장과 행장의 분리론에 대해 매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개입'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 우려돼 대놓고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겸임이 맞다고 강조했다.
KB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내정자 역시 당국의 이런 기류를 알고 있고 본인 스스로도 행장 분리가 가져올 조직 내 피로감과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 이사회와 정식 협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1∼2년 정도는 겸임하면서 조직을 안정시키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이을 후계자를 모색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과 같은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통해 차기 CEO 그룹을 형성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더 이상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폐단을 뿌리 뽑을 수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장 행장을 분리하는 것보다 천천히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KB에 낙하산의 폐단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행장을 겸임할 경우 영업 전선을 신경 써야 하고 이렇게 되면 자회사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만회하려면 능력 있는 지주회사 사장을 앉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자회사들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 책임자(CSO)가 필요한 것이다.
이 자리는 윤 내정자 스스로가 과거 KB에 몸담으면서 했던 일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작고한 김정태 전 행장이 윤 내정자를 영입했던 것처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외부 인사를 찾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50위 금융사'로 만들기 위한 비전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회사 정상화도 중요한 과제=KB금융지주는 지난 24일 열린 실적 발표를 위한 컨퍼런스콜에서 "KB캐피탈에 대한 지주차원의 자본확충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KB캐피탈은 지난 3·4분기에 지난해 동기보다 44.64% 줄어든 93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1.81% 감소한 832억원, 순이익은 45.26% 줄어든 7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룹 내 건실한 자회사로 여겨졌던 KB캐피탈마저 역주행을 했다는 얘기다.
다른 곳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KB금융지주는 2011년 KB투자증권 유상증자 1,000억원, 2012년 KB저축은행(옛 제일저축은행 인수) 1,715억원, 2013년 KB생명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 참여에 3,468억원 등을 쏟아부었다.
특히 생보는 규모와 영업 환경 모든 측면에서 열악하다. LIG손보를 인수했지만 생보는 분명 다른 분야이고 추가 인수합병(M&A)이든 자본확충이든 조치가 필요하다.
KB카드 역시 정보 유출의 파문에서 벗어나 비교적 빨리 안정을 찾았지만 카드 사업의 환경이 워낙 빠르게 바뀌고 있어 은행 등 다른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KB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망가진 은행의 영업망을 튼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신한이나 하나처럼 자회사 전반을 매트릭스 등으로 연계해 효율화하는 조직 전반의 수술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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