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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김세호 철도청장
입력2003-11-23 00:00:00
수정
2003.11.23 00:00:00
“내년 4월에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부산간 여객수송 능력이 하루에 52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나고 연간 컨테이너 수송량도 올해보다 40~50%이상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김세호 철도청장은 23일 “고속철도의 개통은 포화상태에 이른 경부축의 물류 난을 크게 완화시켜 우리나라의 물류체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오송, 구미ㆍ김천, 울산 등 중간 정차역을 세 곳 추가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김 청장은 “3개역은 내년부터 당장 정차하는 것이 아니라 오는 2010년부터 하루 운행시간 중 일부를 선택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며 “7개 중간역에서 모두 정차해도 서울에서 2시간30분대면 부산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고속철도의 개통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개통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현재 차량과 각종 시설물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시운전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지난 10월말 공정이 경부선 97.5%, 호남선 87.6%로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는 개통 전까지 실제 영업에 대비해 열차 운행계획 검증부터 모의여객 취급까지 테스트하는`상업시 운전`을 할 예정입니다. 또 고속철도를 운영할 핵심 전문 인력 3,265명을 양성했고 특별히 시속 300km를 운행하는 기관사 280명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송, 구미ㆍ김천, 울산 등 3곳을 정차역으로 추가시켜 `고속(高速)철`이 `저속(低速)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세 곳은 내년부터 정차하는 역이 아니라 오는 2010년 2단계 사업부터 운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운행 방법도 모든 열차가 이 세 곳에서 서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중간에 2개역(대전ㆍ대구)을 정차하는 열차, 3개ㆍ4개역을 정차하는 열차 등 선택적으로 운영되므로 전체 소요시간은 현재 계획에서 크게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시간상으로도 서울ㆍ부산간 2개역 정차시 1시간 56분으로 1개역 추가 정차시 약 7분이 더 걸려 7개역을 모두 정차해도 31분 정도가 더 걸립니다. 몇 군데 더 선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사람들이 불편 없이 고속철도를 탈 수 있다면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중간역이 4개에서 7개로 증가하면 고속철도 수혜인구도 260만명(오송 81만, 김천ㆍ구미 50만, 울산 128만명)이 새로 확대되고 지역 개발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동경-나고야-오사카만 서는 직통열차가 있고 작은 역도 모두 서는 열차도 있습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속철도가 시속 300km로 운행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가 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안전문제는 어떻게 대비하고 계십니까.
▲일본과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고속철도를 운영하면서 사고가 오히려 줄었습니다. 새로 도입되는 고속철도는 지금 열차와는 달리 차량사이가 `관절구조`로 연결되어 있어 열차가 탈선 되어도 차량이 서로 엉키지 않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또 고속철도는 기존 철도의 매뉴얼보다 안전 설비장치가 매우 잘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지장치가 장착되어 있어 진입하는 터널에 돌이 떨어져 있으면 사전에 이를 알려줘 탈선확률이 적습니다.
-고속철도의 운임 가격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십니까.
▲서울ㆍ부산 기준 운임수준은 새마을호의 135%수준으로 당초 초기에 논의했을 때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항공의 66%수준이지만 정부의 고속철도 운임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등 현안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건설교통부ㆍ재정경제부 등과 협의를 거쳐 내년 1월에 고시할 예정입니다.
운임가격은 고속철도의 좌석 점유율을 60~70%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최고 매출액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주중과 주말의 승차율 편차가 큰 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중에 비는 좌석은 할인을 해서 고객을 끌어들이겠습니다. 천안과 아산 등에서 정기적으로 통근하는 사람에게는 가격의 40%까지 인하하고, 두달 전에 예매하면 30%정도까지 디스카운트를 할 것입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여객수송 뿐 아니라 화물 운송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속철도로 인해 서울ㆍ부산간 여객수송 능력이 하루 18만명에서 52만명으로 전체 3배 이상 증가하게 됩니다. 기존철도의 여객수송 부담률이 줄면서 화물수송 능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내년에는 컨테이너 수송량이 올해보다 40~50%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작년에 76만TEU를 운송했는데 내년에는 110만TEU 이상이 가능하고, 2단계인 오는 2010년이 되면 300만TEU 정도가 될 것입니다. 고속철도 효과는 경부고속도로 4개를 건설하는 것과 맞먹는 것입니다. 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부선의 12개 화물열차 운행속도를 90km/h에서 약 30km/h로 향상시켜 운송시간을 의향에서 부산진까지 2시간 단축해 6시간대의 운송을 실현할 것입니다.
-철도청의 누적된 적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건설부채 입니다. 고속철도로 인해 약 11조원의 부채를 철도청이 안고 갑니다. 외국은 철도 구조개혁을 하면 오지의 철도노선을 자르고 운임을 높이는 게 일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연초에 10%를 인상한다고 했지만 오는 12월부터 겨우 8%를 올렸습니다. 정부의 보조금을 합쳐도 원가의 65%밖에 보전이 안 됩니다. 무궁화ㆍ통일호 등은 인상도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철도청은 고속철도로 인해 더 나아질 것입니다. 서울-부산을 4시간20분으로 가면 자가용ㆍ비행기 등 다른 교통수단과 경쟁이 안 됩니다. 그러나 2시간30분대인 고속철이 개통되면 좌석 공급력이 2배로 늘어나 추석 등을 제외한 평상시에는 언제나 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철도청 직원 3만명이 1조8,000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내년에는 고속철도만 2,700여명이 운행해 1조2,000억원을 벌어들일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지역의 물류ㆍ비즈니스 중심국가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면 철도가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남북 철도 연결사업은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지난 6월에 남과 북의 철도가 군사분계선(MDL)상에서 다시 만나는 연결행사가 있었습니다. 경의선의 남측구간은 이미 공사가 완료됐고 북축의 군사분계선~개성까지 15.3km 구간과 동해선 저진~온정리 25.5km구간의 철도 부설공사는 내년 말에 완료될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남북간에 경의선은 이미 물리적으로 연결해서 다닐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중국과 몽고, 러시아로 가는 철로가 이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이 길만 열어주면 우리가 바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철로 여건이 안 좋아서 40km정도의 속도로 밖에 못 가지만 개선하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습니다.지협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지만 기술적 물리적으로 해결이 다 가능합니다. 요즘 남북간에 남북철도 운행 협약서를 놓고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데 아직 북한측이 정책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향적인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철도를 공사화 한 이후에 직원들에게 최대 20년간 공무원 연금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놓고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강제로 공무원을 그만두게 하니까 근속기간이 20년이 안 되는 사람은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있어 아쉬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고충을 이해해서 20년 특례조항을 둔 것입니다. 정부도 많이 노력했지만 직원 개인적으로는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일부 사항은 타결이 안 되더라도 공사로 전환하면 최소한 공무원 수준은 될 것입니다. 봉급이 많이 오르지는 않아도 복지수준은 낮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정부도 특혜를 주지 않고 직원도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철도청을 민영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영화를 굳이 한다고 하면 공사화를 통해서 가치를 높인 다음에 KT나 포스코처럼 민영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철도청은 그간 땅이 있어도 국유재산으로 묶여 있어서 독자적인 사업의 추진이 어려웠고 인사도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공사화가 되면 이런 것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바꾸어도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점입니다. CEO와 직원들이 열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철도청을 변화시킬 것입니까.
▲공사화로 전환하면 시장별 사업부제로 직제를 바꿔 `장사`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겠습니다. 고속철 영업본부, 수도권 철도본부 등 내년 초부터 직재 개편을 하겠습니다. 또 직원들에 대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겠습니다. 5~6명의 직원을 선발해 해외로 보내 철도청의 개선 방안을 찾아서 리포트를 제출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데 호응이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코레일 사내대학`이 있는 데 다음 달부터 고정적으로 외부강사를 초청해 대학원 수준의 강의를 본청부터 시작해서 지방으로까지 확대 실시할 것입니다.
또 북한과 철도가 연결되어서 시베리아 등으로 뻗어 나아가려면 국제교류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해서 과거 사회주의 국가의 철도 약관과 반환 규정을 파악할 예정입니다.
■ 발자취
김세호 철도청장은 일찍부터 능력을 인정 받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행시 24회로 국내 항공과 육상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건설교통부 수송정책실장(1급)에 발탁되면서 화제가 되었던 김 청장은 지난 3월 참여정부의 차관급 인사에서도 기수가 가장 늦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건교부에서 다진 실력과 치밀한 업무스타일로 철도청에서도 직원들의 신망이 높다고 한다.
“공무원은 체력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난관을 헤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 해줘야 한다”는 게 지론인 김 청장은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마라톤을 즐겨한다고 한다.
고속철도 뿐 아니라 북한과의 철도연결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이 있는 김 청장은 인터뷰 동안에도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답변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철도청은 공사화로 전환 중인 가운데 고속철도 개통, 노조와의 갈등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같은 과도기에 김 청장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해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인 백승희(49)씨와 1녀.
▲경북 상주 출생(50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교부 총무과장
▲신공항건설기획단장
▲건교부 수송정책실장
▲철도청장
■ 내가 본 김세호 철도청장
대한교통학회 회장 조중래 교수
김세호 청장은 대표적인 외유내강형의 리더다. 부드럽고 따뜻한 성품을 지니고 있지만 업무처리에 있어서는 빈틈이 없고 원칙을 존중하며 판단력과 추진력도 뛰어나다. 김 청장은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주위의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것도 따뜻한 인간미와 성실함이 있고 거기에 함께 부딪히며 땀을 흘릴 줄 아는 스포츠맨이기 때문이리라.
철도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최연소 발탁인사라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던 김 청장. 부임하면서부터 철도구조개혁이다, 고속철도 개통이다 하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그를 바라보면 왠지 가슴이 뛰고 힘이 솟는다. 억세게도 일복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에게 맡겨진 이상 틀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나를 희망에 들뜨게 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을 성공적으로 개항시켰던 능력과 노하우, 그리고 뚝심이 있기에 내년에는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를 타고 전국을 내달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내가 본 그의 제일 큰 매력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애정,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의 겸손함과 따뜻함이다. 그의 세상에 대한 이러한 애정이 그를 최연소 청장으로 만든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와 전화 한 통화하기조차 어렵다. 그가 공직을 은퇴하고 그의 바람대로 후학을 양성하는 교단에 서게되어 조금은 여유가 있게 된다면, 그때에나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게 될까.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대담: 윤종열 사회부장 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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