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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휘자와 정치인
입력1999-08-31 00:00:00
수정
1999.08.31 00:00:00
국내 간판지휘자로 알려진 금난새씨는 남녀노소 2,000여명이 지켜본 가운데 바발디 사계중 「봄과 여름」연주를 지휘했다.대다수 관객들은 유머감각이 넘치는 금씨 해설과 더불어 진행한 음악회 덕분인지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이었다.
금씨는 일부 연주자에게 바이올린과 첼로 등으로 봄소식을 알리는 새소리와 번개·천둥 소리를 연주토록 하면서 관객들을 서서히 흥분시켰다. 「종달새」 「뻐꾹새」 「금난새」각종 새들이 등장했다. 특히 어린이들은 천진스런 금씨의 코믹한 진행을 너무 좋아했다.
일반음악회에서 평소 말없이 온 몸으로 연주자를 통솔하는 지휘자만 보다가 이날 입을 여는 지휘자를 만나, 참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음악감상 도중 불현듯 수첩을 꺼내 『「지휘자」와 「정치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일까』자문하기 시작했다.
우선 공통점은 대중을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휘자는 여러 연주자의 특성을 살린 기묘한 조화로 관중의 순수한 정서를 자극, 혼탁한 마음을 정화시키는데 주력한다. 정치인은 의정활동을 통해 유권자의 다양한 욕구를 국정에 반영토록 힘쓰고있다.
두드러진 차이점은 지휘자가 임명직인 반면 정치인은 대부분 선출직이다. 또 지휘자의 실력은 연주할 때 바로 평가되지만 정치인의 정치력은 국정감사나 청문회, 각종 상임위 활동에서 드러난다.
최근 고급 옷 로비 사건 청문회와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렸다. 「고급 옷」 청문회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그러나 사건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국회의원들을 크게 원망했다.
유권자들은 이번 고급 옷 청문회 실패 원인으로 의원들의 사전준비 미흡을 꼽았다. 선량한 국민들은 중복질문과 고위층 비호 발언에 더욱 실망했다. 핵심 증인 4자대질신문을 하고도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이번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한나라당 이회창총재 부인 한인옥 여사가 모두 한때 라스포사 단골손님이었다는 사실이 다소 흥미롭다.
그러나 국민들은 핵심증인 4자 대질신문을 통해 신동아 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에 대한「고급 옷」 로비여부를 알고싶다는
의원들은 하지만 4자 대질신문을 하고도 이같은 진실을 캐내지 못하고 「잘난 여자」증인들의 입장을 재확인시켜주는 결과를 연출했다.
정치인들은 아마 이번 청문회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가.
대다수 유권자들은 『내년 총선때 훌륭한 지휘자처럼 대중을 감동시키는 「선진 정치인」을 많이 뽑아내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黃仁善정경부 차장IS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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