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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투자자
입력1999-06-16 00:00:00
수정
1999.06.16 00:00:00
얼마 전 공전의 인기를 누렸던 TV드라마 연출자(PD)가 비리관련 혐의로 최근 수사를 받고 있다는 대문짝만한 기사를 보고 여간 입맛이 씁쓸하지 않았다.필자가 제대로 본 드라마는 「용의 눈물」하나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 작품만은 해외 출장 중에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했다. 그 드라마가 막을 내릴 즈음에는 시청자들에게 큰 만족을 주었던 훌륭한 작품 뒤의 제작자들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프로의 보람이란 저런 순간이겠구나』하고 마음의 박수를 보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리관련 기사를 보고 착잡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가 혐의가 확정되지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나오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이다.
미국사람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던지면 역대 대통령이나 정치가를 포함한 역사 속의 위인들보다는 오히려 기업체의 최고경영자나 부호(富豪)·종교지도자·영화배우·운동선수 등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스스럼 없이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글쎄요』라고 대답하기가 일쑤인 경우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존경할 사람을 찾아내기가 힘든 것이다.
글로벌화(GLOBALIZATION)란 우리 사회가 세계적 수준의 전문화사회를 향해 빠른 속력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혼신을 다해 분야별로 성공한 전문가야말로 다음 세상을 이끌어 갈 사람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존경대상임은 물론이다.
그같은 분위기 속에서 서구 선진사회는 사회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의 작은 시비는 조심스럽게 취급하며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상처받지 않도록 한다. 누구를 막론하고 법을 위반하면 법에 따라 책임을 지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군장병 위문에 세계적인 희극배우인 보브 호프만큼이나 열정적이었고 어린이 심장재단을 만들어 수백명의 심장병 어린이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어 칭송받던 우리 나라의 한 연예인을 그 사람의 공과를 평가할 틈도 주지않은 채 우리 사회로 부터 퇴장시켜 버렸다.
물론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전문가가 도덕적·윤리적으로 존경받을만한 인격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 이상 바랄나위가 없겠지만 도덕군자의 덕목은 충분조건일 뿐인 전문분야에서까지 공직의 인사청문회 같은 기준으로 사람을 재단하거나 사생활의 범주에 속한 일들까지 문제삼아 퇴락시켜 버린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다음 세대들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스스럼 없이 누구라고 거명할 수 있는 사표(師表)를 가꾸어 나가는 노력은 우리들의 몫일 뿐이다.
/JWKIM101@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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