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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마가 서울 살렸다
입력1999-08-04 00:00:00
수정
1999.08.04 00:00:00
정두환 기자
지난 4일간의 집중호우와 태풍에도 서울이 큰 홍수를 겪지 않고 안전했던데는 지난 장마철의 때 아닌 가뭄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한강 상류 댐을 관리하는 한강홍수통제소측은 장마 직전인 지난 6월 중순 소양강댐·충주댐 등 한강 상류 댐들에 가둬뒀던 물을 방류했었다. 장마철에 많은 비가 내릴 경우에 대비한 관례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통제소측의 이 같은 조치는 당초 예상과는 빗나갔다. 장마철인 6월 하순부터 7월20일까지 중부지방에 내린 비의 양은 평균 70㎜. 이는 예년 장마철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특히 일부 내륙지방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물을 뺀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며 용수 부족 현상까지 빚었다.
반면 장마철 직후에 중부권에 쏟아진 비의 양은 오히려 장마철을 무색케 할 정도로 엄청났다. 지난 31일부터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538㎜에 달했다. 이는 올들어 7월 말까지 내린 총 강우량 455㎜보다도 무려 20% 가까이 많은 양이다. 또 동두천이 800㎜· 춘천 505㎜· 철원 806㎜ 등 한강 상류지방에 쏟아진 비의 양은 살인적이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연천지역의 강수량은 850㎜를 넘었다.
한강홍수통제소측은 『만일 장마철에 많은 비가 내렸다면 이번 집중호우때 서울이 물에 잠길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 상류의 각 댐들이 물을 가득 채웠던 상황에서 집중호우를 맞았다면 홍수통제 능력을 상실해 한강하류인 서울쪽으로 많은 물을 흘려내려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통제소측의 설명이다. 중랑천이 한때 위험수위를 넘겨 주변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던 점이나 한강대교 수위가 경계수위인 8.5M에 달해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던 것으로 미뤄볼 때 이 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한강 수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양강·충주댐 등 대규모 댐들이 집중호우 직전 저수율이 낮아 풍부한 물을 가두어 놓을 수 있었던 것도 홍수조절에 큰 힘이 됐다.
집중호우 전인 지난달 30일 소양강댐(총 저수량 29억톤)의 저수율은 38%였으며 충주댐(저수량 27억톤) 역시 34%에 불과했다. 물을 빼낸 이후 장마때 상류쪽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집중호우 때 내린 비로 저수율은 소양강댐이 73%, 충주댐은 70%까지 높아졌다. 집중호우 기간 동안 이 두 댐이 감당해 낸 물이 무려 20억톤에 달한 셈이다.
계속된 폭우에도 두 댐은 수문을 전혀 열지 않고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류(초당 200~240톤)만 했다. 화천·팔당·춘천댐 등 나머지 중소댐들이 거의 모든 수문을 열고 물을 쏟아냈음에도 한강 하류의 수위는 경계수위를 크게 넘지 않을 수 있었다.
건설교통부측은 한강 수위의 측정 기준이 되는 한강대교의 수위가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경계수위인 8.5㎙를 조금 웃돌았을 뿐 위험수위인 10.5㎙에는 크게 못 미쳤던 것도 소양·춘천댐에 물을 가둘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영환(金永煥) 한강홍수통제소장은 『이번 집중호우 기간 동안 가장 크게 신경쓴 부분도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방류 여부였다』며 『다행히 두 댐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비가 내려 서울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론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좀 더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서는 치수 정책의 기본이 되는 기상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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