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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형이 변한다] <2부> 또 다른 승부의 단초, 소프트웨어 . 지배구조가 리딩뱅크의 해답

CEO 독주 등이 문제 유발… 이사회 제대로 된 견제기능 갖춰야<br>KB·신한금융지주 등 내분으로 리스크 커져<br>지배구조법 만들었지만 관치차단 효과 의문 여전<br>"CEO는 선량한 관리자 마인드 변화 우선돼야"

국내 금융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지배구조 개선' 이라는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긴급 소집한 간담회에서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이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사의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계기였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에 이사회나 리스크위원회가 어느 정도 견제기능을 가졌느냐는 존폐와도 직결됐다. 파산한 리먼브러더스나 베어스턴스는 위기 직전 개최한 적이 거의 없었다. CEO의 경영상 결정을 견제할 장치가 가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금융위기 기간에 주가하락이 미미했던 유럽계 대형은행인 산탄데르나 BBVA는 달랐다. 산탄데르는 2006년 100차례, 2007년 98차례의 리스크위원회 모임을 열었고 BBVA 역시 2006년 81번, 2007년 74번의 회의를 개최했다. 이시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먼과 베어스턴스, 산탄테르와 BBVA의 사례를 볼 때 제대로 된 지배구조 만들고 그것을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글로벌 대형은행으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요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EO의 독주와 경영방향에 대한 올바른 견제장치가 리딩뱅크의 핵심 포인트라는 얘기다.

◇국내 금융회사 강타한 지배구조 리스크=국내 금융권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지배구조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여부에만 신경을 많이 써왔다. 그러다가 국내 대표 금융회사들이 지배구조 문제를 일으키자 관심이 촉발됐다. 수면 아래 있던 CEO 리스크의 병폐를 인식한 셈이다.

KB금융지주는 2010년 8월 이후 1년 이상 CEO 리스크에 시달렸다. 지배구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신한금융도 내분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저축은행 사태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저축은행의 과도한 부실에 제동을 걸 기회가 수 차례 있었는데도 사외이사들이 대주주와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본래 기능인 감시와 견제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1년부터 도입된 금융지주회사도 문제를 낳았다. 금융지주회사의 '옥상옥' 체제는 갈등을 유발하기 쉬운 구조인데다 이사회도 경영진 견제라는 본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지주회사는 지주사 회장이 사실상 은행장이고 그 밑에 지주사 사장이 주로 일을 처리하는 구조로 은행장은 수석부행장 정도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며 "은행장을 연임하다가 지주회사를 만들어 회장을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부랴부랴 금융지배구조법 만들었지만=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논란이 확산되고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자 당국은 부랴부랴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래서 등장한 게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이다. 금융위원회가 1년 가까이 준비한 끝에 지난해 12월15일 입법 예고한 지배구조법은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지만 국회를 통과해도 1년 후부터 시행된다.



한동안 국내 금융기관의 지배구조에 공백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지배구조법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 제정으로 금융권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냐에 의문이 든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당국이 지나치게 세밀한 부분에 매달린 듯한 인상을 준다"며 "낙하산 인사도 심각한데 이런 문제를 막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질적 병폐인 권치(權治)와 관치(官治)를 막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뜻이다.

◇"CEO는 선량한 관리자"…마인드의 변화가 우선=지배구조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금융계 CEO의 근본적인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은 사실상 오너가 없다. 주주가 주인이다. 남의 돈을 가지고 관리하고 경영을 한다. CEO도 대리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금융 CEO는 선량한 관리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제조업과 달리 은행의 소유구조를 분산시키고 오너를 두지 않은 것도 사금고화를 막기 위함인데 그런 측면에서 지배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도 중요하지만 CEO들의 마인드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가 아니라 의지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행 제도 아래서도 이사회가 얼마든지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국내 사외이사제도도 비교적 잘 돼 있지만 이를 얼마나 활용하느냐는 개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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