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며 매출액 20조원에 달하는 거대 철강회사로 다시 태어난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해외 영업망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경영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제철은 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 합병안을 결의했다. 현대제철은 오는 5월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 7월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1대0.8577로 현대제철이 신주를 발행해 현대하이스코 주식 1주당 현대제철 주식 0.8577주를 현대하이스코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진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기준 자산 28조9,338억원, 매출액 16조7,623억원, 현대하이스코는 자산 2조5,414억원, 매출액 4조2,143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합병으로 자산규모 31조원, 매출 20조원에 달하는 대형 철강회사가 탄생해 포스코(단독기준 자산 52조6,000억원, 매출액 29조2,000억원)와 더불어 국내 철강사 2강 체제를 굳히게 됐다.
철 스크랩(고철)에 전기로 열을 가해 철근 등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철소로 출발한 현대제철(옛 인천제철)은 지난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당진제철소에 1~3기 고로(용광로)를 잇달아 건설해 일관제철소의 면모를 갖췄다.
지난해 1월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사업 부문을 합병하고 이번에 스틸서비스센터(SSC)와 강관 부문까지 흡수하면서 철강 제조 전 공정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종합 일관제철소를 완성하게 됐다.
현대제철은 이번 합병으로 해외 영업력 강화와 경영 효율화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인도와 미국·중국 등 해외 11곳에서 현대·기아차 현지 공장에 냉연강판을 가공·공급하고 강관 사업을 하는 SSC를 운영하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철강 시장을 넘어서 해외 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현대제철은 합병을 통해 SSC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SC 역시 현대제철의 형강과 철근 등 봉형강과 기타 철강제품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돼 자동차 외에 에너지와 플랜트, 기계·가전 분야로 영업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아울러 현대하이스코가 강점을 지닌 차량 경량화 기술이 현대제철과 접목돼 새로운 강종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동차 개발이 연비 규제에 따른 경량화·친환경으로 이동하는 만큼 현대제철은 가볍고 튼튼한 차세대 강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강관 사업 부문을 추가하는 점도 장기화되는 철강산업의 불황을 돌파하는 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관 부문의 연 매출액은 1조3,000억원 규모다.
또 계열사 간 중복되는 부분을 줄어드는 만큼 경영 효율화와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장기화하는 글로벌 철강경기 부진에 대처하기 위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만들기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며 "자산규모 31조원, 매출 20조원 규모의 내실을 두루 갖춘 글로벌 철강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현대차 계열사로 합병작업은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의 최대주주는 기아차로 지분 19.78%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41.81%다. 현대하이스코의 최대주주는 현대차로 29.37%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55.0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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