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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자유화' 美 전력거래 시장을 가다

전력공급 안정 불구 '절반의 성공' <br>전력거래 13개 공개시장 통해 경쟁 도입<br>주민반발로 송전망 투자 20년간 거의 못해<br>공급자 담합 처벌할 제도적 뒷받침도 미흡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에 위치한 아담 벡 경 수력 발전소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 개편으로 한국전력의 발전 부문이 6개 회사로 분할돼 전력시장에 경쟁체제가 본격 도입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 혜택을 높이기 위해 한국에도 주식처럼 전력을 사고 파는 시장 시스템인 ‘한국전력거래소’가 탄생했다. 그러나 한국의 전력시장은 아직 발전 부문에서만 시장원리가 도입됐을 뿐 요금 수준을 좌우하는 송전과 배전 부문은 여전히 독점체제를 벗지 못하고 있다. 78년 이후 전력시장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를 펼쳐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을 시장에 완전히 넘긴 미국의 전력시장을 통해 한국 전력시장의 변화방향을 모색해본다. “전력 수요가 예상을 넘어 일시적으로 급증하고 있으니 배전사들은 실시간으로 전력을 구매하기 바랍니다.” 5일 오전 미국 뉴욕주 알바니시에 위치한 뉴욕ISO 상황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발전소와 전기사업자간의 전기 거래를 중개하느라 분주했다. 뉴욕ISO는 1,920만명의 뉴욕주민들의 전기 공급을 위해 335개의 발전기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송전사와 배전사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전력거래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전력거래시장을 운영하는 뉴욕ISO는 65년 뉴욕 대정전 이듬해 설립된 발전소간 전력 거래기구 뉴욕전력풀(NYPP)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뉴욕시를 일거에 대혼란에 빠뜨렸던 대규모 정전의 재발방지를 위해 발전소들간 서로 전력을 사고 팔던 시스템이 30여년 만에 대규모 공개시장으로 발전한 셈이다. 미국은 78년부터 발전소와 송전ㆍ배전사간의 도매 전력 거래에 경쟁을 도입, 현재 도매 전력의 경우 가격이 완전히 자유화돼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전역에 걸쳐 뉴욕ISO를 비롯, 13개의 공개시장을 운영하는 계통운영자(System Operator)가 구성돼 있다. 계통운영자들의 주요 임무는 경쟁참여에 제한이 없는 공개 전력시장을 통해 가장 경제적인 가격으로 전력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효율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한편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미국에서 공개적인 전력공급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발전ㆍ배전ㆍ송전업체가 매우 많고 이들의 소유형태도 다양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전력처럼 한 회사가 전력사업의 전 부문을 독점해온 한국과 달리 미국은 지역별로 발전소와 송전ㆍ배전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산업발달과 인구증가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잦은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에너지업체들의 폭리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역별로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고 해당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담당할 계통운영자 구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셈이다. 일부에서는 전기 도매가격을 완전히 자유화한 연방정부의 이 같은 탈규제 정책이 전기 가격의 상승을 불러와 발전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가격 규제완화가 설비투자 기피는 물론 전기업체들의 교묘한 담합을 부추겨 공정한 시장거래 관행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완화로 공개시장이 도입된 후 전기 가격이 상승했다는 주장에 대해 계통운영자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필라델피아ㆍ메릴랜드 등 미국 13개주와 워싱턴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PJM의 브레슬러 본부장은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93년 1kW당 9.625센트였던 PJM 관할지역의 가구 전력요금이 2004년에는 9.493센트로 오히려 1.4%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력설비에 대한 투자는 규제완화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특히 전력 가격 상승과 광역 정전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송전망 부족 문제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업체들의 부담과 지역주민 반발, 주정부간 갈등 등으로 지난 20년 새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새러 매킨리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대외협력국장은 “송전망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라며 “세제지원을 비롯, 투자를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급자들의 담합을 적발하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이제 걸음마 단계다. 스티븐 J 하비 FERC 에너지시장감시국장은 “매일 오전 20~25명의 전문 애널리스트와 변호사 등이 함께 전날의 가격변동을 면밀히 파악,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독립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전소들이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적발하는 일 자체가 기술적이고 까다로운 문제여서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 연방정부의 규정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지난해 8월에야 국회를 통과하는 등 관련 제도도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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