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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한국 경제외교

아르헨티나 경제위기가 도마 위에 올라있다.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아르헨티나가 1,000억 달러가 넘는 대외부채를 갚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을 하고 있지만, 도밍고 카발로가 있으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지난 4월초 카발로 경제부 장관이 뉴욕을 찾았다. 아르헨티나는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수백억 달러의 차관을 갚을 능력이 없어 국가파산 직전의 위기에 있었다. 카발로는 한때 정적이었던 페르디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으로 경제를 책임진 인물이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뉴욕 월가를 찾아와 투자기관과 유력 언론을 방문, 차관 만기를 연기해달라고 설득했다. 카발로가 다녀간 뉴욕을 다녀간 이후 미국 은행들이 차관 만기를 연장해주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경제통을 알아주었고, 믿었기 때문이다. 뉴욕 월가가 미국의 금융시장일 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의 심장부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의 경제장관들은 싫든 좋든 뉴욕을 들락거리며 자국의 경제개혁 과정을 설명하고 달러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도 IMF 위기를 맞고 나서부터 뉴욕 금융시장의 위력과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당시에는 거물급 경제관료들이 뉴욕을 방문, 투자기관과 신용평가기관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진 것 같다. 한국 경제를 총괄하는 부처의 사람들은 거의 오지 않고, 정책부서를 보조하는 기관의 사람들이 뉴욕을 찾는 이상한 조류가 형성되고 있다. 얼마전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을 취소하고, 국내에서 성대하게 외자유치 대책회의를 주재한 것이 국내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그렇지만 현지에서 국가 위신이 실추한 것은 아무도 코멘트하지 않고 있다. 현지 실무자들은 면담을 주선하는 것 자체도 어려웠지만, 어렵게 약속한 미국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을 취소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한다. 또 연초에는 이기호 경제수석이 뉴욕에서 한국 경제설명회를 가졌다. 그때 행사에 미국인 투자자들의 참석률이 낮아 머리수를 채우기 위해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각국의 경제장관을 제일로 알아준다. 그 나라의 경제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직접 설명해야 펀드매니저들이 투자를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아무리 그 나라 안에서 실세라고 해도 정책 부서의 실무자가 아니면 월가 금융인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4명의 재경부 장관이 임명됐지만, 환란 직후의 이규성 장관만이 뉴욕에서 투자자들 앞에 섰다. 후임 장관들은 임기도 짧았다고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뉴욕에 오는 것을 꺼렸던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이 해외에 매각될 것인지에 한국 경제의 사활에 달려있다. 이 모든 사안이 뉴욕 금융시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경제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국제금융시장을 찾기를 두려워하거나 방문 약속을 취소하는 일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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