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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적용이 어렵다니(사설)
입력1997-04-03 00:00:00
수정
1997.04.03 00:00:00
한보의혹 재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은행장의 업무상 배임죄 적용 방침에 대한 금융계의 반발에 부딪쳐 주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검찰은 한보 재수사를 시작하면서 금융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고 은행장의 업무상 배임죄 적용을 검토했다. 은행장이 돈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보의 재무구조로 보아 대출을 해줘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대출을 강행함으로써 한보에 이익을 주고 은행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던 검찰이 금융권에서 반발이 일자 한발짝 물러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는 담보부족 대출이 처벌 근거가 되느냐, 신용대출을 범죄시 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은행의 대출이 담보위주로 흐르면 전당포나 다를게 없고 신용대출 확대라는 정부정책과도 배치된다는 논리다. 처벌할 경우 준법대출·복지부동 등 금융계가 위축되어 경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금융계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그럴 듯한 항변이다. 금융이 산업의 혈맥인 점을 감안하면 담보가 없더라도 신용대출을 해야 한다. 정상적인 금융기능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어디 은행대출이 그리 해 왔는가. 힘있고 담보있으면 우대하고 힘없고 담보없으면 냉대를 해왔다. 사업성 좋고 정도 경영을 하는 기업이 몇 천만원의 돈을 빌리지 못해 쓰러지기 일쑤인게 현실이다.
더욱이 한보의 경우는 다르다. 한보는 수서사건으로 이미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한보철강은 재무상태나 사업성이 취약하여 정상적으로는 거액의 대출이 불가할 수밖에 없다. 은행측은 담보가 넉넉하다고 해명했으나 실제로 담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용평가를 조작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재무상태나 사업성에 회의적인 판단을 했으면서도 당당히 거부하지 못하고 압력과 지시에 따랐다. 은행이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고 은행도 한은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흔들리고 대외 신용도가 추락하는 등 계량하기 어려운 피해를 자초했다.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되지 않으면 무엇이 업무상 배임죄인가.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는 일을 해서 타인에게 이익을 주고 재산상의 손해를 입혔을때 적용된다고 형법은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전례가 드물어 「억지 사법처리」인상을 주거나 금융위축을 걱정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눈치를 살펴서는 안된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정책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한보처리는 엄정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력과 연계된 편법대출·압력대출의 고리를 끊고 신용대출이 확대, 새 관행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제2의 한보사태를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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