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의 구속사태로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추진해온 대형 프로젝트마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구속수감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 공장 건설이나 일관제철소 건설 등 굵직굵직한 사업이 줄줄이 표류할 것”이라며 잔뜩 우려하고 있다. 20일 현대차그룹 및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분야는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이다. 현대차는 당초 철강산업 및 자동차 관련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정 회장의 부재로 철광석을 장기적ㆍ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원자재 공급을 직접 챙겨왔던 정 회장은 다음달 중 중남미를 방문해 철광석 장기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서는 공급선 확보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울러 일관제철소를 짓자면 원료 하역장비, 컨베이어 등 대규모 설비 발주와 대형 선박의 장기용선 계약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마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고로사업은 4조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오고 20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되므로 신속한 사업 착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글로벌 경영전략도 갈수록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현대차는 10억유로를 투자해 체코 공장을 짓고 기아차도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지만 주민 이주 및 환경보전 대책, 주정부 인허가 신청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체코 정부 및 주정부의 협조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는 최근 발표된 JD파워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세계 1위에 올라 성대한 시상식을 갖고 품질경영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하지만 정 회장의 시상식 참석 불가로 주인공 없는 썰렁한 내부잔치에 그칠 것”이라며 “정 회장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품질제일주의가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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