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제를 해방시키자/최기일 경박·전 미 워체스터대 교수(특별기고)
입력1997-03-21 00:00:00
수정
1997.03.21 00:00:00
최기일 기자
◎규제철폐 정관경 유착고리 끊어야○한국인은 손이 크다?
한보사태는 이미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된지 오래다. 5조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돈이 금융권에서 제대로 검증을 받은바 없이 대출된 내막도 그렇거니와 그 돈이 거의 떼이게 됐다는 사실도 쇼킹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언론들은 거의 매일처럼 한보사태의 속보를 전하고 있으며, 한보사태의 근본 원인이 한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정·경·관, 3자의 유착이라는데 대해 「한국은 어쩔 수 없는 나라」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5조원이라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달러로 계산하면 56억달러가 넘는 액수인데 비록 몇개 은행이 함께 물려 있다고 하나 이같은 돈을 떼이고서도 은행들이 쓰러지지 않은 것을 불가사의한 일로 보고 있다.
한보사태후 미국인 친구들로부터 부쩍 인사받는 일이 잦아졌다. 인사말 가운데 하나는 『역시 한국인은 손이 크다』는 것인데 좋은 뜻이 아님은 물론이다.
미국인들은 거의 현찰을 가지고 다니질 않는다. 한국인들에게는 큰 액수라 할 수 없는 단 1백달러도 지갑속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 드물다.
그만큼 돈 가치가 높고 절약하는 마음가짐이 생활화 돼 있는 탓이지만 크레디트 카드가 보편화, 현찰을 쓸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이미 구문에 속하는 얘기지만 지난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 갱들의 제일 만만한 상대는 일본인 관광객들이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현찰을 가지고 다니길 좋아해 보통 몇 백달러 내지 몇 천달러는 지니고 있어 미국 갱들이 선호(?)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 그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여기서 생각케 하는 것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자세다.
거품경제가 걷힌 일본은 지금 내핍이 한창이다. 그것은 여행객들의 씀씀이를 보면 금방 나타나는데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일본인의 사고가 최근들어 꽤 서구화됐다는 느낌이다.
○멕시코사태 재판 우려
「깃발부대」로 통칭되던 소위 「싹쓸이식 쇼핑」은 이젠 옛날 얘기가 된지 오래며 일본인 상대 유흥업소들도 찬바람을 날린다는 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가. 외신은 지금 한국이 처해있는 경제적 상황을 「미증유의 난관」으로 전하면서 설상가상으로 정치적인 불안이 앞으로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걸림돌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외신에 따라서는 한국경제가 지난 94년 멕시코가 경험했던 국가파산과도 같은 상황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지난해말 외채가 1천1백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올 연말이면 1천4백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도 내놓으면서.
상황이 이처럼 어려울진대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흥청망청은 일본인을 넘어서 여느면 「세계의 봉」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같다. 일본인을 대신한 싹쓸이 쇼핑은 미국에서 소문난지 오래지만 최근들어서는 DHEA라는 호르몬 강화제가 한국인 여행객들의 쇼핑목록에 들어가 있어 재미동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디 그뿐이랴. 알래스카주 정부에서는 80년대 중반 일본인들을 상대로 엄청난 삼림이 딸린 별장들을 몇만 달러씩에 분양, 지역개발에 나섰으나 일본인들이 거품경제가 벗겨지면서 흥미를 잃자 이제는 타깃을 한국인들에게 돌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면 미국인들이 빈정대는 한국인들의 「스캐터 카퍼」(Scatter Copper·돈을 마구 뿌리는 사람) 같은 자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예로부터 한국인들의 성격이 호방하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된 바다.
여기에 너무 손쉽게 돈을 벌어 일면 졸부근성이 한층 이를 촉진하지나 않았는가 싶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고.
한국에서 돈을 쉽게 버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꼽히는 것은 부동산 투기와 정경유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망국적인 방법을 통해서 벌어들인 이 돈들이 어떻게 신성한 근로의 대가처럼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는가.
이들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된 돈들이 국내에서 산업분야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외국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면에서 보면 정부가 부정과 비리를 조장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 정부의 경제통제가 뒷거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왜 정부가 경제를 틀어 쥐고 있는지. 후진국의 경제에서 보듯 정부와 경제가 혼합되어 있는 한 사형으로도 부정 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아닌가.
○작은정부가 필요하다
이번 한보사태도 그 근원을 따지자면 정부의 경제에 대한 규제에서 비롯됐다고 여겨진다. 경제에 대한 규제는 경제를 정부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경제가 정부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따라서 정·관계는 경제에 대한 압력행사가 가능하며, 이번 한보의 경우에서 보듯 정·관계인사들이 금융권에 대해 융자압력을 가하고 그들은 그대가로 「검은 돈」을 챙겼으니 그 돈이 깨끗한 용도에 쓰여질리는 만무하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부정부패는 있게 마련이다. 잘 살아 보겠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있는 한 말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각종 규제철폐 등 그럴 듯한 처방을 내놓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 정부는 정말로 경제를 해방시켜 주어야 한다. 경제가 해방되면 완전경쟁이 이루어지고 생산성도 상승, 경제도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