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이버세계선 '우리도 강대국'
입력2000-09-22 00:00:00
수정
2000.09.22 00:00:00
김창익 기자
사이버세계선 '우리도 강대국'「태조 왕건」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당대의 걸출한 영웅 호걸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웅이란 이들의 행동을 보면 스케일이 조잡하기 짝이 없다. 지금의 전라도와 충청도 일대를 차지하고 마치 제국을 건설하기라도 한 양 으스대는 견훤과, 옛 고구려 일대를 평정한 뒤 광활한 대륙보다는 남쪽의 백제와 신라에 더 군침을 삼키는 궁예. 두 사람 모두 이제 와서 보면 우물안에서 노는 동네 깡패와 다를 것이 없다.
문뜩 조그만 영토밖에 차지하지 못한 옛 조상들이 원망스러워진다. 하지만 원망한들 무엇하랴. 히틀러 이후에 전쟁 따위로 영토를 확장하는 일은 이제 99% 불가능해졌는데. 오늘 세계 지도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적어도 100년간은 같은 지도를 팔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빙하가 다 녹아 버리기 전에는.
오프라인 세상의 영토 구획 정리가 끝난 것처럼 온라인 상에서도 어느 정도 영토 선점 분쟁이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각 국가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도메인들도 대부분 주인이 정해졌다. 우리나라는 「WWW.KOREA.COM」을 두루넷이라는 초고속 인터넷 회사가 갖고 있다. 두루넷은 코리아닷컴이라는 포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다른 나라의 도메인들은 누가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인터넷 영토에서 어느 정도의 땅을 차지하고 있을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이 인터넷 속에서는 어떤 역학 관계에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USA.COM 미국의 국가 사이트(WWW.USA.COM)는 뉴욕 소재 아이네임닷컴(WWW.INAME.COM)이 가지고 있다. 그러면 유에스에이닷컴은 어떤 사이트일까.
미국 이름이 들어간 만큼 무엇인가 거창한 사업을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은 이 사이트를 방문한 즉시 깨지게 된다. 유에스에이닷컴은 간단히 말해 전화번호부의 화이트페이지와 옐로우페이지 서비스를 온라인 상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검색창에서 찾으려는 사람 이름이나 찾아가고 싶은 지명을 입력하면 연락처와 주소를 알려주는 사이트다. 인터넷에서 미국은 전화번호부다.
◇CHINA.COM
중국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가장 탐내는 국가다. 2005년까지는 3억명의 중국인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리라는 전망에 선견지명이 있는 인터넷 사업자들은 속속 중국행 티켓을 끊고 있다. 물론 이들이 티켓을 끊은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중국과 관련된 도메인을 선점하는 일. 하지만 이들이 도메인을 등록하려고 하다보면 중국의 유명한 지명으로 된 도메인 대다수가 한 한국인에 의해 선점당했다는 사실에 놀라게된다.
사이버 봉이 김선달로 알려진 황의석씨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산둥, 관둥 등의 중국 영토를 이미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뒤부터 줄곳 중국의 속국이었던 한을 황씨가 인터넷에서 풀고 있다.
중국이 그나마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가장 중요한 국가명 도메인인 차이나닷컴(WWW.CHINA.COM)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차이나닷컴 사이트에 들르면, 황씨 때문에 잠시 우쭐했던 기분조차 사라진다. 작은 성(城)들을 황씨에게 내준 차이나닷컴은 인터넷 상에서조차 홍콩닷컴(WWW.HONGKONG.COM), 타이완닷컴(WWW.TAIWAN.COM) 등의 속국을 거느리고 있다. 세계에 퍼져 있는 중화민족을 위한 포털 사이트의 중심에 차이나닷컴이 있다.
◇JAPAN.COM
미국은 진주만을 기습했다는 이유로 2개의 일본 도시를 날려버렸다. 소니의 워크맨과 도요타의 캠리로 회복된 일본의 자존심은 사이버 세상에서 다시 한번 미국에게 유린당한다.
일본의 국가명 도메인인 재팬닷컴(WWW.JAPAN.COM)은 이미 미국의 국가명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아이네임닷컴에게 정복당했기 때문. 식민지로 전락해버린 인터넷 일본이 제대로 된 구실을 하고 있을리는 만무하다. 재팬닷컴은 미국의 식민지로서 미국인을 위한 공짜 이메일 서비스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RUSSIA.COM
미국은 역사상에서 마지막 영토 대 확장 사업에 성공한 대영제국의 후예답게 사이버 상에서 여러나라를 정복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강국인 일본에 이어 러시아도 미국앞에 무릎을 꿇었다. 러시아닷컴(WWW.RUSSIA.COM)은 잠못드는 도시 시애틀에 위치한 팔리커뮤티케이션즈라는 회사의 소유다.
그나마 미국은 동·서 냉전시대 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라이벌에 대한 예우로 러시아닷컴에서 품위있는 사업을 하고있다. 러시아닷컴은 커뮤니티, 뉴스, 이메일, 마켓플레이스 등의 서비스를 하는 포털사이트다.
◇KOREA.COM
인터넷상에서 한국의 영토를 회복한 주인공은 두루넷. 두루넷은 한 재미교포가 코리아닷컴(WWW.KOREA.COM)을 미국 회사인 이메일닷컴(WWW.EMAIL.COM)에 넘기기 직전 500만달러에 사들여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코리아닷컴의 원 소유주인 이희준씨가 코리아닷컴 등록비로 쓴 돈은 불과 70달러. 도메인 선점으로 이씨는 대단한 국가 도메인 하나를 헐 값에 차지할 수 있었던 것. 오프라인상의 영토 분쟁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영토 싸움도 결국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두루넷은 코리아닷컴에 이메일,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인터넷 영토 대국을 건설, 26일 개국한다.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위대한 민족앞에 두루넷은 어떤 사이버세계를 만들어낼 것인가.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입력시간 2000/09/22 10:27
◀ 이전화면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