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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애널리스트간 경기논쟁 촉각
입력2001-04-08 00:00:00
수정
2001.04.08 00:00:00
뉴욕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엔 투자자들이 자그마한 소식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주가를 띄워올리거나 투매하는 심리적 불안상태를 보였다.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군용기충돌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델컴퓨터의 그다지 크지 않은 수익을 좋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투자자들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번주에도 지난주처럼 주요 상장기업들의 1분기 경영실적 발표에 따라 주식시장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상장기업은 1년에 4번 분기별로 경영실적을 공개해야 하는데, 1분기 실적 발표가 이달초에 집중되어 있다.
뉴욕 월가에서 기업의 경영실적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기준은 경영이익이 났는지, 손해를 보았는지가 아니다. 발표 직전에 월가 애널리스트나 분석기관이 내놓는 예상치를 넘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중요하다.
델 컴퓨터의 경우 월가의 예상치에 적중했는데도 주가가 폭등했다. 월가에서는 흔치 않는 일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기술주들이 너무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공개했기 때문에 월가 예상치만 달성해도 투자자들은 기뻐한 것이 최근의 분위기다.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주가 버블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은 델 컴퓨터의 1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반응에서 드러났다.
1분기 기업 경영실적 발표와 동시에 연방준비은행(FRB)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논쟁도 월가 투자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관심 사항이다.
6일 발표된 실업통계는 뉴욕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지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4.3%로 전달에 비해 0.1% 포인트 늘었다.
이는 월가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바다. 그렇지만 중요한 점은 미국 전역에서 생겨난 새로운 일자리가 전달보다 8만6,000이나 줄어들었다.
6만명 정도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빗나간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직면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통계지표라고 할수 있다.
또다른 통계지표를 보면 분명해진다.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라는 국제취업알선전문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기업들의 해고자 수가 16만2,867명으로 이 회사가 지난 9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기업들의 해고규모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이래 한달사이에 60%나 급등했고, 지난해 3월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월가의 많은 전문가들은 고용통계를 볼 때 미국의 제조업들이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5월중에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할 소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 간부들 가운데 상당한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로버트 패리 총재와 같은 이는 미국 경제가 V자형 회복을 할 것이라며 낙관론의 대표주자로 달라고 있다.
패리 총재는 최근 한 연설에서 "미국 경제는 불황기에 빠져 있지 않다"며 "우리는 경제의 변화에 특별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통화정책에 관한한 더욱 조심스런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지표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하며 하반기에는 상당할 정도의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비해 그동안 월가에서 경기침체론의 대표주자격인 모건스탠리 딘위터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2분기부터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1분기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최근의 지표 변화를 활용, 경기침체 시초를 3개월 연장했다.
로치는 2분기중에 미국의 성장율은 1.4% 감소하고, 3분기에는 0.8% 감소할 것이라고 수치를 제시하며, 이번 경기침체는 6~9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는 현재 4.3%인 실업률이 연말에는 5%, 내년에는 6%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9월 3.9%로 3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엇갈리는 경기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월가 투자자들은 한쪽 방향의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V자형 회복을 기대하는 낙관적 투자자들은 델 컴퓨터의 별반없는 수익도 과장해서 부풀리고, L자형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비관론자들은 경제외적인 외교분쟁에도 주식시장에 넣어두었던 돈을 빼내 이자나 빼먹을 생각을 한다.
미국 주식시장의 급등락은 경기 저점이 확인될때까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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