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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빅뱅] '재벌 경영형태가 바뀐다'
입력1998-12-07 00:00:00
수정
1998.12.07 00:00:00
「재벌 계열사들도 경영을 못하면 망할 수 있다. 더이상 그룹이라는 방패막이 없어지기 때문이다.」7일 5대그룹들이 정·재계 간담회에서 구조조정 합의안을 도출함으로써 경영상의 가장 큰 변화를 몰고올 바람이다.
지난 40여년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재벌체제의 종식으로 경영이 부실한 업체는 어떤 형태로든 더 이상 그룹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특히 상호지보와 내부거래 차단, 비주력·부실 계열사 정리 등을 통해 독립기업화를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요구를 5대그룹이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어서 그동안 「그룹」이라는 미명아래 유지되어 온 보호막을 완전히 걷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생존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봉착한 것이다.
◇소그룹별 경영시대=5대그룹들은 이번 합의에 따라 각각 3~5개의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 연합경영체제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30~60여개에 달하던 계열사 수를 절반이상으로 줄이는 대신 주력업종 중심으로 경영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그동안 전자, 금융, 서비스·유통, 기계, 화학 등 5개 소그룹으로 운영되온 사업구조를 전자, 금융, 서비스·유통 등 3개 소그룹으로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도 자동차, 건설, 중공업, 전자, 금융 등 5개업종을 중심으로 분할, 경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는 이미 자동차부문을 정몽구(鄭夢九) 회장에게 완전히 맡기는 등 후계구도를 밑그림으로 한 구조조정작업을 이미 마무리했다.
이밖에 LG, 대우, SK 등도 이번에 합의된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대거 손질, 대표업종 위주의 경영방식으로 재편할 예정이다.
소그룹 경영체제로 이행됨에 따라 나타날 변화가운데 하나는 계열사는 물론 경영이 부실한 소그룹은 언제든지 망할 수 있는 「적자생존형(適者生存型)」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경영이 부실한 계열사는 우량한 계열사들의 지원을 통해 생존해왔지만 소그룹별 독립경영이 확산됨에 따라 이같은 관행은 급속히 없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부실 계열사로 인해 우량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본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소그룹 독립경영체제가 정착되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잘못된 행태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경영인의 위상 높아진다=오너의 경영독점이라는 폐단이 사라지고 전문경영인의 역량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좌우되는 경영형태로 바뀔 것이라는 점도 이번 합의로 인한 변화중 하나다.
그동안 정부가 요구해 온 자본과 경영 분리 문제가 자연스러운 경영형태로 자리잡으면서 오너와 경영인의 책임이 대폭 강조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그동안 재벌경영의 폐해를 상징해온 「선단식(船團式)」경영체제를 이번 기회를 통해 완전히 없애고 지배주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을 요구, 이번에 이를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경영을 잘하는 전문경영인들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룹차원에서는 개별 소그룹 및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을 얼마나 잘 선정하느냐가 중요하게 됐다. 또 개별 계열사로서는 스스로의 경영성적에 따라 생존여부가 좌우되는 만큼 그룹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독자적인 생존전략에 치중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따라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형태는 이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경영을 잘하는 경영인은 어디서나 우대받는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문화가 달라진다=「그룹」이라는 울타리아래 동고동락해온 한 가족 인식도 빠른 속도로 퇴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필요한 자금지원 요구등 자신이 속해있는 소그룹의 이익에 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각 소그룹들은 「사촌」이라는 개념보다는 서로가 경쟁자라고 인식, 내부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인사태풍 거세진다=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다 연말 인사철까지 겹쳐 인력감축 회오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대그룹이 이번에 정부와의 약속에 따라 구조조정을 본격화함에 따라 빅딜(기업개선작업), 사업부문별 통합,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통폐합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의 감원은 불가피하다.
고용불안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이에 따른 동요로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에 따라 5대그룹에서 떠날 인력은 수만명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7개업종 빅딜과 5대그룹 퇴출기업 추가선정 등이 구체화되면 5대그룹에서만 수만~수십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각 계열사별로 경영성적에 따라 존립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종전처럼 친인척을 계열사 경영진에 포진시키는 병폐도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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