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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 정주영 타계] 대북사업 어떻게
입력2001-03-22 00:00:00
수정
2001.03.22 00:00:00
조영주 기자
적자누적·방향타 상실 '험로'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타계로 현대의 대북사업이 다시 한번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대북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정신적인 기둥이었던 정 명예회장 마저 떠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북한측의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정 명예회장의 유지는 결정적인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대북사업
적자가 누적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 명예회장이 타계함에 따라 최대위기를 맞았다. 현대의 대북 창구인 현대아산은 이미 자본금이 바닥났으며 새로운 수익을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금강산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상선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해안공단 개발사업은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공단 조성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고 건설ㆍ중공업 등이 공동 진출해야 하지만 아직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9일 현대상선이 신청한 카지노 사업에 대해 결정유보 판정을 내렸으며 대북 관광대가 지불금 삭감을 논의하러 20일 방북했던 김윤규 현대아산ㆍ현대건설 사장은 22일 청운동 빈소에서 "북한 아ㆍ태평화위원회측과 협의를 벌이다 정 명예회장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했으며 금강산사업 대북지불금 문제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대 안팎에서는 남북 당국이 서로 먼저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신적 지주마저 잃어 대북사업이 더욱 혼미해 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남은 과제
무엇보다 북측과 협의중인 대북 지불금 1,200만달러의 일부를 유예하는 방안이 어떻게 타결되느냐와 선상 카지노ㆍ면세점에 대한 정부의 승인여부가 관건으로 남아있다. 또 정 명예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강력하게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가도 사업지속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계상황에 점차 다가 가고 있다는 분위기다.
현대아산의 모회사인 현대건설이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자금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계열의 현대상선ㆍ현대종합상사ㆍ현대엘리베이터 등도 대북자금을 지원해줄 여력이 없다.
문제는 정부나 북측의 지원이 '언제'이루어 질 것인가다. 현대가 완전히 두 손을 든 다음에는 어떤 지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포기하지 않는 현대
일단 대북사업이 정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이를 물려받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현대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대북사업이 남북교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대아산이 사업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북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김윤규 사장도 "장례절차가 끝나는 대로 일정을 다시 잡아 재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 관계자는 "지불금 전액을 내고는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에 대해 북측도 충분히 납득하고 있는 만큼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또 서해안 공단개발사업에 전력을 쏟는 한편 북한과 합의한 자동차 조립사업ㆍ고선박 해체사업ㆍ철근공장 건설ㆍ제3국 건설사업 공동진출 등도 조기에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대북지불금 유예문제와 카지노 승인만 해결되면 충분히 수익 있는 사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최근 금강산ㆍ개성지역 관광특구 지정, 금강산 육로관광 추진 등에 대한 남북 당국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기대감을 떨치지 않고 있다. 특히 대북사업은 정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유지를 받드는 입장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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