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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 형사고소 남발 심하다

상가분양·채무불이행등 한해 무려 32만건<BR>대부분 요건충족 안돼 77%가 불기소처분<BR>“승소 희박해도 민사압박용으로 소송” 많아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백모(45)씨가 자신이 고소한 부동산 사기 건에 대해 검찰이 편파적 수사를 했다며 항의 표시로 자신의 차량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사실상 자신이 기획한 부동산개발 사업을 동업자가 가로채 32억원의 기대이익을 놓치게 됐는데 검찰이 동업자에 대해 처벌을 안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검찰은 계약서 등 모든 서류를 검토해 최선의 법리적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백씨처럼 억울하다며 검찰에 사기죄로 고소ㆍ고발하는 사람이 한 해에만 무려 32만7,383명(2003년 기준). 사기건수는 전체 건수(재산범죄 기준)의 85%를 차지하며 우리나라가 고소ㆍ고발 천국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77%가 불기소 처분됐다. 당사자야 분통하다고 호소하지만 대부분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설사 죄가 있어 기소가 되더라도 기소자중 59%가 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벌금형으로 끝났다. 실제 재판받는 사람은 9%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고소 남발 배경과 사기죄 성립 요건을 살펴본다. ◇민사 압박용으로 형사고소 남발=형사고소중 상당 수가 승산이 없으면서도 민사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남발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형사고소를 하면 상대방을 형사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데다 수사 과정서 민사재판에 유리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혼 8년차인 직장인 윤모(40)씨는 결혼 후 아내의 이혼 경력은 물론 전 남편과의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올 2월 검찰에 아내를 결혼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8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의 재헌 부부장검사는 “형법상 사기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득을 취해야 성립하는데 이 경우 신분은 속였지만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볼 수 없어 혐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부부장 검사는 “윤씨는 민사적으로 혼인무효소송과 함께 수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형사고소가 민사재판과 연계돼 있음을 시사했다. ◇형법상 사기 요건은 엄격해=형법상 사기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듯 ‘잘못된 목적을 갖고 남을 속인다’는 포괄적인 사전적 의미와 엄격히 구별된다. 형법 제 347조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 조문은 속여서 이득을 취하면 범죄행위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재산범죄의 특성상 돈 거래 당시 속일 의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주철현 목포지청장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차용 사기의 경우 돈을 빌릴 당시 채무자가 돈을 갚을 뜻이나 능력이 있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며 “현실적으로 의도나 능력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은데다 채무자들이 검찰 진술에서 갚아줄 뜻이나 능력이 있다고 항변하고 있어 대부분 불기소 처분된다”고 말했다.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통상의 허위ㆍ과장 광고 수준을 넘는 방식으로 거래 당시 상대방이 계약 체결 유무에 영향을 미칠 만한 거짓말을 해야한다. 단순히 상가를 분양받으면 투자금에 대해 월 30%의 이익금을 낼 수 있다든지, 사업자금을 대주면 판매물품 가격의 몇 %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계약서를 체결했다가 일을 그르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을 수 있어도 형사 사기는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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