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군, 입으로만 훈련? 실전감각 제고 위한 과학화전투 훈련장(KCTC)과 마일즈(MILES) 장비에 각종 결함 글_장영준 군사평론가 cokom@korea.com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 시야에 움직이는 녹색점이 들어왔다. 김 병장은 혹시 잘못 보았나 싶어 손으로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그것은 위장도 제대로 하지 않은 분대 규모의 적 병력이었다. 김 병장은 옆에서 졸고 있는 박 일병을 깨웠다. 그리고 난 후 뒤로 돌아 매복중인 소대장에게 알렸다. 적을 확인한 소대장은 조용히 적 병력이 사격 범위에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렸다. 사격 범위에 들어오자 외쳤다. “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김 병장을 비롯한 소대원들은 일제히 소총을 겨누며 입으로 외쳤다. “땅, 땅, 땅!” 이것이 21세기 한국 육군의 훈련 현실이다. 물론 한국군도 이 같은 훈련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지난 2003년부터 과학화전투 훈련장(KCTC; Korea Combat Training Center)을 설립, 운용하고 있다. KCTC에서는 대대급 규모의 부대가 대항군과 실제처럼 전투를 벌이며, 그 내용을 레이저와 센서, 그리고 컴퓨터 등을 통해 평가한다. 병사들이 쏘는 총탄과 포탄은 마일즈(MILES: 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라고 불리는 중앙통제형교전훈련장비에서 레이저로 발사되는 것이다. 레이저 발사기와 감지기는 K1A1 전차에도 달려있다. 레이저를 맞은 병사는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병사는 총탄과 포탄을 맞은 위치에 따라 부상 정도가 다르게 입력되는데, 전투 불능 통보를 받은 병사의 총에서는 레이저 발사가 중단된다. 전투결과는 다중접속무선데이터망(DCN)을 통해 훈련통제본부의 컴퓨터로 전송된다. 그러면 훈련통제본부는 사망 또는 부상을 입은 병사들에게 통보한다. 병사들에게 부착된 위치정보수신장비(DGPS)는 GPS를 개량한 것으로 오차 범위는 5m 내외다. KCTC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형식적인 훈련이 아닌 보다 실전적인 훈련이기 때문이다. 일부 장교와 병사들은 충격을 받았다는 말도 한다. 자신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바로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되기 때문이다. 중상자의 경우 2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전사자들은 영현(英顯)중대(장례를 담당하는 부대)에 모여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특히 KCTC 훈련에 참가했던 병사들 가운데는 아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의 일반 훈련에서는 아군의 사격에 의해 피해를 당하는 것은 상정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쟁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분명하다. 최근의 이라크 전쟁에서만 보더라도 미군은 적에게 입은 피해보다 아군의 오폭에 의한 피해가 더 많았다. 결국 KCTC 훈련에 참가하고 나서야 아군에 의한 피해가 얼마나 많고 무서운지 알게 되는 것이다. KCTC 훈련에는 일반 병사뿐만 아니라 모든 부대원이 참가한다. 이에 따라 KCTC 훈련에 참가했던 일부 부대 중에는 취사장이 공격당해 훈련이 마무리될 때까지 밥을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부대는 전장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지휘소가 공격을 받아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패배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실전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마디로 KCTC 훈련을 통해 가장 실전적인 전투자세를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일즈 장비와 KCTC 문제 많아] KCTC 훈련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문제점 역시 많다. KCTC 훈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일즈 장비의 경우 레이저를 이용해 모든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결함이 드러나고 있다. 레이저는 직선만 가능하다. 이로 인해 곡사화기에 대한 정확한 상황 묘사가 불가능하다. 실제 K-201 유탄발사기, K-4 고속유탄발사기는 물론 곡사포 역시 곡선이 아닌 직선으로 발사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제관은 곡사화기가 발사된 상황을 폭음이나 크래커 등으로 묘사하고, 그때 각개 병사들이 보인 대응 행동에 따라 피해 상황을 판단할 따름이다. 레이저의 반사도 문제다. 레이저가 숲속의 장애물에 반사되면 아무리 정확한 조준을 하더라도 자신의 총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마일즈 장비의 작동원리는 공포탄을 쏠 때 생기는 반동을 이용, 충격을 인식하고 레이저를 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비를 운영하는 아군이 사격을 하지 않았는데도 기동을 하던 도중 충격에 의해 레이저가 발사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것 말고도 현재의 시스템은 반쪽짜리 실전 묘사라고 할 수 있다. 포병세력의 경우 단순히 묘사만 할 뿐 실질적으로 그 부대와 함께 훈련하는 것은 아니다. 항공세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모든 부대가 참가할 경우 훈련비용의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한 개의 부대가 아닌 다수 부대의 합동훈련이 훈련 효과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KCTC에 대한 지적도 많다. 훈련장의 규모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KCTC는 강원도 홍천군과 인제군 일대에 약 3,577만평의 부지를 이용하고 있다. 이 정도의 규모로는 대대급 이하의 훈련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 년에 소화해 낼 수 있는 훈련부대의 수도 17개 대대에 불과하다. 현재 일반 사병의 군 복무기간은 24개월 안팎인데, 1년 6개월로 줄어들면 KCTC 훈련에 참가할 기회는 더욱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KCTC의 위치도 문제다. 지금까지 KCTC에서 많은 부대들이 훈련을 했지만 KCTC 소속 부대, 즉 대항군에 이겼다는 소식은 없다. 해병대는 물론 특전사도 마찬가지다. 이는 대항군의 훈련 량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지형 인식에 있어 대항군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KCTC에서 실전 같은 감각을 기른다는 것은 무척 긍정적이다. 하지만 KCTC는 전쟁이 발발해 작전을 벌여야 하는 해당 부대의 관할 지역과는 다르다. 그런 만큼 실질적 훈련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답은 있다. 채택하지 않았을 뿐]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분명히 있다. 현재 이런저런 문제점을 보안하고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이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채택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많은 업체에서 선보인 신형 마일즈 장비를 보면 공포탄을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의 마일즈 장비는 공포탄이 있어야만 훈련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신형 마일즈 장비는 전자탄창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번 훈련마다 소비되는 공포탄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전자탄창 내에 공포탄 폭음 효과를 삽입, 공포탄과 유사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훈련 도중 병사가 공포탄을 찾기 위해 자기가 뛰어온 길을 다시 헤매는 일은 없어지게 된다. 또한 훈련 종료 후 항상 시행하고 있는 탄피 수거 역시 하지 않아도 된다. 전자탄창의 무게는 실제 탄창과 비슷하게 만들어져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다. 전자탄창의 이용으로 남는 공포탄은 차후 기동훈련 때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동안 문제점으로 꼽혀 온 ‘총소리를 입으로 외치는’ 일은 없어지게 된다. 대전차화기의 경우도 현재 시스템은 실제와 달리 삽탄 과정이 없다. 하지만 신형 장비의 경우 이 같은 과정을 실현해 운영자로 하여금 실전감각을 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신형 마일즈 장비는 특히 레이저 대신 무선주파수(RF; Radio Frequency)를 이용한다. 이 무선주파수를 일정 범위 안에 지향성으로 방출하면 각각의 병사가 입고 있는 감지기가 이를 인식, 피해 상황을 판단한다. 레이저의 경우 나뭇잎이나 수풀 등에 의한 반사로 오히려 아군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있지만 무선주파수를 이용하면 장애물에 관계없이 훈련을 할 수 있다. 이밖에 묘사로만 표현됐던 곡사화기의 경우도 신형 마일즈 장비는 각개 병사 및 포병들이 실 사격을 하는 것과 같은 훈련 효과를 제공하며, 실제 전장에서 무수히 존재하는 수류탄의 사용도 가능하다. 현재 KCTC의 경우 일정 지역에서만 훈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개발된 신형 마일즈 장비의 경우 이동식 훈련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추가적인 중계기만 설치한다면 어느 지역에서든 훈련을 할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문제시 되어온 훈련장의 규모나 실제 작전지역과의 상이성을 해결하게 해 준다. 현재의 훈련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특히 고정식 무선통신시설을 훈련장 여기저기에 설치해야 되고, 고정식이기 때문에 설치나 철거를 할 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동식 훈련장비 개념을 도입하면 어느 곳이든 훈련장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추가적인 훈련장 조성을 위한 토목, 건축 공사를 할 필요가 없다. 이는 환경파괴 방지 차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실전 효과 높은 미군의 훈련] 지금까지 가장 많은 실전을 경험한 미군은 어떤 방식으로 훈련을 할까. 미군은 루이지애나에 파병훈련소인 JRTC(Joint Readiness Training Center)를 설립,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지금까지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군은 단순히 실전감각을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훈련에 임하는 병사로 하여금 정말 파병지역에 와있다고 착각할 만큼 현지 지형의 건물과 현지인 연기자를 동원한다. 물론 현지인 연기자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들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 훈련장에서는 각각의 병사가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가에 대한 사후평가를 실시한다. 이 사후평가에는 현지인 연기자들도 참가한다. 그리고 그들의 발언이 평가에 반영된다. 이 같은 훈련을 통해 각각의 병사는 현지 지형에 대한 감각은 물론 현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형성, 그리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인식을 키우게 된다. 얼마 전 레바논에 파병된 한국의 UN 평화유지군도 KCTC에서 훈련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사격과 기동훈련만 했을 뿐 미군과 같은 현지 지형과 현지인에 대한 훈련은 없었다. 만약 우리가 KCTC를 더 발전시켜 미군과 같은 훈련 개념을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한국군이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된다면 각각의 병사들은 과연 북한 주민들과 북한 주민으로 위장한 북한군을 구별할 수 있을까. 또한 북한과의 전쟁 중 북한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도 생각해야 할 문제다. 한국군은 지금이라도 더욱 실전적이고 보다 많은 장병들이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장비를 갖출 수 있음에도 그 것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요즘 자주 보이는 문구가 있다. 육군의 슬로건인 “강한 친구 대한민국 육군”이다. 우리 군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강한 친구가 되려면 이 같은 훈련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입력시간 : 2007/10/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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