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SK건설 등 국내 3사가 이번 사우디 쥬베일 프로젝트에서 수주한 설비들은 대부분 정유공장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설비들이다. 첨단 기술력과 풍부한 건설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도 높다. 국내 플랜트 업계가 핵심 설비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한 것은 그 동안 관련 업계가 중동지역에서 진행해왔던 성공적인 성과가 뒷받침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국내 플랜트 업계는 지난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주된 284억 달러 규모의 플랜트 사업 중 93억5,000만 달러 어치를 수주해 3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강자로 떠올랐다. 이번에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낸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완벽한 납기준수와 고품질 플랜트 메이커로 현지시장에서 평가 받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005년 미국, 일본 등의 세계적인 플랜트 회사들과 함께 수주한 12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타스니 에틸렌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공기를 한달 반가량 앞당겼다. 삼성엔지니어링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동지역에서 총 43억 달러의 플랜트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지만 단 한건의 납기지연이 없었다"며 "국내 업체들은 풍부한 현지 네트워크와 특유의 성실성으로 현지 발주처로부터 믿을 만한 플랜트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플랜트 업계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움츠러들었던 플랜트 발주가 최근 금융시장 안정과 유가상승으로 인해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실 플랜트 업계는 올 상반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국내 업체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7.3% 줄어든 74억 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총 10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정유프로젝트 등 대규모 플랜트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국내 플랜트 업계는 이번 달에만 총 52억 달러 어치를 수주해 상반기 전체 수주금액의 70%를 달성해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허병철 한국플랜트협회 팀장은 "그동안 지연됐던 프로젝트들이 하반기에 대거 발주될 예정"이라며 "최근 유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의 플랜트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플랜트 업계가 세계시장에서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중동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국내 플랜트 업계는 지난 2005년 세계 플랜트시장 점유율 2.5%로 세계 9위권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수주증가로 점유율을 5.4%로 끌어올리며 7위권 국가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전체 수주금액의 30~50%가 중동시장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은 '중동 강자'에서 '세계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과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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